[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미국 실리콘밸리 고위 임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정보기술(IT) 부문 전문 인력 알선 업체 할배이 내시에 따르면 미 IT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2010년 12%에서 지난해 11%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2%포인트 더 떨어져 9%로 줄었다.
로이터통신이 IT 기업 고위 임원 4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여성이 관리직이나 이사직을 차지한 비율은 극히 낮았다. 이들 임원 가운데 30%는 자사에 고위 여성 임원이 없다고 답했고, 성비의 불균형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않는 임원은 50%에 달했다.
포브스는 IT 업종에서 여성 인력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대다수 여성 인력의 보수가 남성보다 적은데다 광고 등 비주류 사업부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ㆍ오라클ㆍ제록스 같은 대형 IT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오라클의 사프라 카츠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공동 사장, 페이스북의 캐럴라인 애버슨 광고 담당 부사장,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대표적 여성 임원이다.
그러나 이들 여성 임원은 보수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적거나 핵심 업무 라인에서 벗어나 있다.
할배이 내시의 보브 마이아노 최고경영자(CEO)는 포천지(誌)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과 450개 신생 벤처 기업 가운데 핵심 분야인 최고정보책임자(CIO)에 여성 임원을 앉힌 기업은 겨우 40개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매체 허핑턴 포스트의 비앙카 보스카 수석 편집인은 "IT 기업들이 그 동안 여성 인력 풀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며 "앞으로 CEO, 최고기술책임자(CTO), CIO에 여성을 고루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브스는 1970년대부터 여성들이 이른바 '유리천장'의 한계를 극복해왔지만 IT 같은 선두 산업에서 성비의 불균형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역할모델 부재와 정치ㆍ사회적 불평등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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