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호 큐그레이더, 맛있는 커피로 승부수
-최준호 카페베네 본부장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카페베네 커피는 맛있다'
카페베네가 올 초부터 커피 생산 및 판매 전 과정을 영상에 담아 방영 중인 CF 문구다. 카페베네가 시고 떨떠름하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고 진정한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다. 이렇게 카페베네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최준호 카페베네 R&D 본부장(36)이 있기 때문이다.
최준호 본부장은 국내 큐그레이더(Q-Graderㆍ커피 등급 정하는 사람) 1세대로 바리스타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으로 통한다.
2003년 대학 졸업 후 은행에 취직했던 그는 7개월만에 사표를 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값진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커피를 처음 접한 것도 이때다. 처음에는 이대 앞에 작은 커피숍을 차리고 학생들을 상대로 커피 사업을 했다. 손바닥만한 가게였지만 당시 생소했던 쇼콜라 쇼(초콜릿을 녹여만든 음료)와 파니니를 판매하면서 제법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 본부장은 2005년, 돌연 사업을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커피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최 부장은 "커피 감별사 시험에 드는 경비만 400만~500만원에 달했죠. 5일동안 필기와 실기를 합쳐 총 22과목을 보는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커피 맛과 향, 밸런스, 바디감 등을 평가해요. 끝날 때 쯤이면 속이 얼얼했죠"라고 회고했다.
힘든 생활을 견디며 마침내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에서 주는 자격증을 취득해 국내 10여번째 큐그레이더가 됐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커피 큐그레이더 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중 그는 2010년 또한번 미국 땅을 밟게 된다. 세계 속에서 자신의 실력이 어떤지 궁금해서였다. 그해 '미국 커피테이스터대회'에 출전한 그는 결선에 오른 25명의 미국 유명 큐그레이더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러자 대회 주최 측은 난감했다. 이 대회는 미국 국가대표를 뽑는 자리였기 때문. 결국 비공식으로만 결과를 인정받게 됐지만 그는 이 일을 계기로 국내 바리스타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카페베네와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카페베네는 한창 사세를 확장해나가고 있었지만 커피 맛에 대해서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최 본부장은 카페베네에 스카우트된 이후 미디엄로스팅을 사용하며 카페베네의 커피 맛 알리기에 나섰다.
카페베네가 사용하고 있는 미디엄로스팅은 사실 품질을 고르게 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 일반적으로 커피 생두를 볶는 로스팅(Roasting) 과정은 강ㆍ중ㆍ약배전의 3단계로 나뉘는 데 미디엄로스팅은 이중 중약배전으로 볶는 조리법이다. 다크로스팅은 쓴맛, 탄맛이 강한 덕분에 매장별 맛의 편차가 크지 않지만 신맛, 단맛이 나는 미디엄로스팅은 매장별 추출 방식 등에 따라서 차이가 크다. 심지어 물의 특성에 따라서도 맛이 전혀 달라진다.
최 본부장은 "그래도 커피는 향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미디엄로스팅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강한 탄 맛에 익숙해져있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커피 맛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것도 한 몫한다. 현재 카페베네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모두 최 본부장의 혀끝을 거쳐 나가고 있다. 하루에 커피 10잔씩 마시며 테스팅하기 때문에 밤잠도 설치고 위장병도 생겼지만 국내 최대 커피전문점의 커피 맛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대단하다.
"좋은 생두에서는 과일향도 나고 꽃향도 납니다. 커피는 쓴 맛, 탄 맛이 전부인 줄 아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커피 맛에 정답은 없지만 유행은 있죠. 카페베네가 새로운 커피 맛의 유행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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