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선도기업이 국고보조금 20억 빼돌려, 도덕적 해이 심각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여행을 돕는 데 쓰여질 국고보조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업체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김주원 부장검사)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A사 대표이사 천모(4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대표의 일탈을 거든 A사 회장 유모(48)씨, 재무부장으로 근무한 대표이사의 여동생 천모(40)씨, 사업부장 이모(42)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건복지부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장애인을 위해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 전문 돌봄인력이 동행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돌봄여행사업’을 마련하고 여행대상자가 비용을 10~50%만 부담하도록 국고지원 해 왔다. A사는 위탁업체로 지정돼 2008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보건복지부에서 국고보조금 32억원, 민간대응투자금 15억원 등 47억원을 지원받았다.
A사는 사업 종료 후 최우수 사회적 선도업체로 선정됐지만 검찰이 파헤친 A사의 실상은 도덕적 해이 그 자체였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 경영진은 지원금의 절반에 가까운 20억여원을 카지노업체를 사들이거나, 회사 빚을 갚고 세금을 내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사회서비스 전문인력 채용에 쓰여야 할 돈 24억원 중 실제 채용에 쓰인 돈은 4억원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광주아시아문화전당 연구사업비 명목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4억7000만원 중 8500만원도 빼돌리며 범행을 감추려고 허위서류 116장을 꾸민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3월 서울 역삼동에 소재한 A사 본사 및 지방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주요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분위기에 경종을 울릴 사안”이라며 “빼돌려진 국고보조금 10억여원도 국고에 되돌릴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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