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여, 우리 저 거품 이는 바다에 떠도는 흰 새나 되었으면./유성의 불꽃도 스러져 없어지기 전에 이미 우리는 지치고/하늘 가에 나직이 켜 든 황혼의 푸른 별빛은/사랑이여, 우리 가슴 속에 사라질 줄 모르는 슬픔을 일깨웠어라.(……)
■ 예이츠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옛 책에 나오는 봄의 화신 같았다. 그 얼굴은 빛을 받은 사과꽃처럼 빛났다. 처음 봤던 날 그녀는 창가에 서 있었는데 그녀 뒤로 꽃들이 가득 피어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인은 모드 곤(1866∼1953)을 만난 뒤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스무 세살에 만난 스물 두살의 여인. 배우였던 모드 곤은 붉은 금빛이 감도는 머릿결과 붉은 입술, 수줍은 빛나는 뺨을 지녔다. 하지만 그녀는 전사(戰士)였다. 곤은 시인의 가슴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 감당할 수 없이 쿵쾅거리는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이츠는 쉰 살이 넘을 때까지 30년간 청혼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곤은 투쟁가였고 예이츠는 예술가였기에 서로를 건너갈 수 없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게되는 이 시인은 '그대여 너무 오래 사랑하지 마라. 나는 오래오래 사랑을 했다. 그리하여 뒤처져 걸었다. 마치 옛 노래처럼.'이라고 그의 시에서 충고하기도 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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