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애인이여!/그러나 당신이 그 동안에 내 가슴 속에 숨어 계셔서 무슨 그리 소삽스러운 일을 하셨는지 나는 벌써 다 알고 있지요. 일로 앞날 당신을 떠나서는 다만 한 시각이라도 살아 있지 못하게끔 된 것일지라도 말하자면 그것이 까닭이 될 것 밖에 없어요./밉살스러운 사람도 있겠지! 그렇게 커다란 거무죽죽한 깊은 구멍을 남의 평화롭던 가슴 속에다 뚫어놓고 기뻐하시면 무엇이 그리 좋아요./오! 나의 애인이여!/당신의 손으로 지으신 그 구멍의 심천을 당신이 알으시리다. 그러면 날마다 날마다 그 구멍이 가득히 차서 빈틈이 없도록 당신의 맑고도 향기로운 그 봄 아침의 아지랑이 수풀 속에 파묻힌 꽃이슬의 향기보다도 더 귀한 입김을 쉬일 새 없이 나의 조그만 가슴 속으로 불어넣어 주세요.
■ 캬아, 소월이 이런 시도 썼구나. 간드러진 애교와 투정이 눈부시다. 요즘 같으면 오 마이 다링,이어야 할 '오! 나의 애인이여!'가 시의 풀이 약간씩 죽을 때마다 등장해서 치어럽하는 느낌도 괜찮다. 귀한 입김을 그런데 어떻게 구멍 뚫린 작은 가슴으로 불어넣을까. 뽀뽀라도 해야 하나? 어쨌거나 소월의 시는 참 감성의 층위도 두텁다 싶다. 읽다 보면 만해 한용운처럼 유장한 가락이 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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