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늘 바다로 떠날 일을 꿈꾸지만/나는 아무래도 강으로 가야겠다/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버린 것은 아니지만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해일이 되어 가까운 마을부터 휩쓸어버리거나/이 세상을 차갑고 거대한 물로 덮어버린 뒤/물보라를 날리며 배 한 척을 저어나가는 날이/한 번쯤 있었으면 하지만/너무 크고 넓어서 많은 것을 가졌어도/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한 것처럼 공허한/바다가 아니라 쏘가리 치리 동자개 몇 마리 만으로도/넉넉할 수 있는 강으로 가고 싶다(……)
■ 강을 '광고'하기 위해 바다를 내세웠다. 흔히 비교광고는 '이성적인 소구(訴求)'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엔 틀렸다. 비교야 말로 뱃속 깊숙한 본능부터 우리가 벼뤄온 감성이다. 언니의 장난감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는 동생의 안목을 어찌 '이성'이라 하겠는가. 도종환의 비교광고는 강에 손을 들어주는 형식이면서, 실은 바다도 키워주는 대승적 광고다. 그리고 그 차이에 주목하면서 바다의 넓이와 호연지기에서 몸을 움직여 좁고 인간적인 강으로 들어오는 자신의 헤엄의 의미를 돋을새긴다. 작은 곳으로의 귀로(歸路)이다. 시(詩)가 꿈의 지느러미로 먼저 거기로 간다. 따뜻한 자궁같은 거기로.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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