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새누리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키로 한 정몽준 전 대표가 안보,경제,대북관계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10일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2시간가량 이어진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다.
정 전 대표는 안보관에 대해서는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한반도에도 전술 핵무기가 재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도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쇠퇴,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에 따른 새로운 차원의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관에 대해서는 자신은 친서민주의자라고 밝히고는 대중소기업간에 벌어지고 있는 정보, 인적자원 등의 격차해소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현대가(家) 출신에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인 그는 재산이 2조원이 넘는 부자이미지에 대해서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 권력을 이용해서 돈을 끌여들이려 한다는 문제에서 자신의 자유롭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 역시 다른 대선후보들이 강조하는 통합,국민이라는 키워드를 중시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또 하나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성장,일자리 중심...재정건전성 갖춘 복지= 경제부문에서 정 전 대표는 성장과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땀 흘려 일한 만큼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소득이 고르게 분배되도록 해 계층간 이동이 용이해지고 '코리안 드림 (Korean Dream)'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기업투자의 활성화, 개방과 경쟁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에 대해서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경계하고 재정건전성 확보를 강조했다. 그가 내세운 복지론은 '지속가능한 복지'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위주로, 가족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기능을 강화하는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은 교권확립..노동은 차별해소=교육문제의 핵심을 '교실붕괴'로 파악하고 공교육의 황폐화에 문제의식을 보였다. 학교폭력 문제는 교실붕괴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학생에게 희망을 주고, 교권을 확립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동정책은 능력과 성과에 기반을 두지 않는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차별해소와 왜곡, 불합리의 시정에 나서겠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대선공약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北에 비판적 시각..전술핵무기 도입필요=북한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고 강경한 입장이다. 북한이 계속해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무장하면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고 비방과 위협은 도를 넘고 이성을 잃은 지 오래라고 인식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도 않고 개혁개방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대 세습체제를 이어가는 김정은이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따를 수 없다는 단언이다.
정 전 대표는 중국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북한에 압력을 가할 의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북한 이슈는 티베트, 신장, 대만 문제 뒤로 밀려있는 것 같다는 판단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제거는 포기한 채 비확산에 만족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의견도 냈다.
정 전 대표는 한반도에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국가를 두렵게 하는 동시에 존경 (respect)받는 투트랙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핵 대응능력(counter-nuclear force)만이 북한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의 재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통일은 마친 지진과 같다는 게 정 전 대표의 주장이다. 반드시 일어날 것을 알지만 언제 어떻게 일어날 지 알 수가 없다는 것. 그는 "통일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재벌, 부자..2007년 발목은=정 전 대표는 부자, 재벌에 2007년 투표를 하루 앞두고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와의 연대파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이에 대해 당시 노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로 내세웠다. 그는 "선거운동 끝나기 두 시간 전 노후보가 군중 앞에서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고 했다"면서 "저희가 봤을 때 모순된 말이고 저희가 관심을 가진 정책합의를 전면 부정한 것으로 이해됐다"고 했다.
정 전 대표는 중소기업, 서민의 삶의 현장에 대해서도 경험과 이해의 폭이 넓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그는 "지난 2주 동안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났는데 중소기업에서 일하려는 한국 젊은이들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하더라"고 했다. 일자리 공여자와 구직자간 좋은 링크를 마련해야 한다는 해법을 얻었다고 했다.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에 대해서는 부친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를 언급했다. 그는 "선친은 16살 북한에서 건너와 쌀 배달부터 시작했다. 인천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하셨고 힘든 일 많이 하셨다. 인적자원이 하나일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기술이 문제라면서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대한 정보격차 있다" 면서 "정부나 각종협회가 도움 줌으로써 이런 격차 줄여나갈 수 있다"고 했다.
◆朴 불가론의 배경은=박근혜 불가론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박근혜 위원장이 선거의 여왕이라 불린다했고 어느 정도는 제가 동의를 하긴 한다"면서도 "굉장히 심각하게 경선에 들어가서 왕과 왕비가 경쟁한다면 왕이 항상 이길지 왕비가 항상 이길지 점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과거 총선에서 박 의원장이 굉장히 잘했지만 이미 한계를 보인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전 대표는 서울과 젊은층을 확보해야 대선에서 승리하기 때문에 이 점에서 박 위원장보다는 자신이 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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