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STX팬오션이 과장급 이하 직원들의 연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등 '통큰 인상'을 단행했다. 주력사업부문인 벌크시황이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직원 기(氣)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우수인재를 타 업체에 뺏기지 않겠다는 회사측의 강력한 의지로도 파악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의 올해 연봉 기본급 인상률은 주임, 대리급을 기준으로 평균 10% 이상이다. 이는 STX팬오션의 예년 인상률은 물론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동종업계의 평균 인상률을 훨씬 웃돈다.
특히 과장급 이하 직원의 경우 이번 연봉협상 시 각 직급별로 업계 최고수준까지 올리라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 STX팬오션의 육상직 전체 직원은 800여명 가량으로 이중 60~70%가 과장급 이하다.
이와 함께 STX팬오션은 영업부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영업수당도 100%씩 인상했다. 이는 유럽, 미국과의 시차 등으로 인해 야근 및 잔업이 잦은 영업직원들의 수고를 격려하는 한편 부진한 시황 속에서도 더욱 공격적인 영업력을 가져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상은 2년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배선령 사장 등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벌크부문 최대선사, 업계 3위 선사로서 임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연봉 인상은 이직이 잦은 대리, 과장급 직원들을 타 기업에 뺏기지 않고 회사의 미래인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TX팬오션의 지난해 1인 평균급여액은 해상직원을 포함해 4400만원대로 한진해운(6928만원), 현대상선(5964만원)에 훨씬 못미친다. 육상직원의 작년 평균 급여수준 역시 5200만원대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비 낮다.
STX팬오션의 평균 급여가 적은 것은 STX그룹 편입 전 회사정리절차 등을 장기간 밟으며 타사 대비 고연봉자가 적은 데 따른 것이다.
과장급 이하만으로 볼 때 이번 연봉인상으로 STX팬오션은 업계 최고수준에 올랐다.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대리급, 과장급 평균 연봉은 각각 45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STX팬오션은 이를 상회한다.
특히 이번 인상은 STX팬오션 매출 비중의 90%를 차지하는 벌크시황이 계속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단행돼 더욱 눈길을 끈다. 철광석, 석탄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운임수준을 나타내는 BDI는 8일 1165포인트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8포인트 상승했으나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작년 평균(1550포인트)은 물론 전년 동기(1348포인트)대비로도 낮다.
한 관계자는 "각 직급별로 차가 있으나 이번에는 과장급 이하 직원들의 연봉수준을 업계 최고 수준까지 올렸다"면서 "직원들의 사기진작에도 도움이 되고 있으며 위기를 기회로 올해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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