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SBS 밤 11시 15분
여자들이 애정촌 주위에 숨어있는 남자들을 찾아다니는 숨바꼭질 시간. 남자 1호, 7호의 관심을 동시에 받던 여자 2호가 남자 1호와 데이트를 한 후 애정촌에 도착하고 잠시 후 남자 7호가 둘을 확인하자, <짝>에는 스릴러 못지않은 BGM이 깔린다. 남자 1호는 “한번 잡은 손은 놓지 않는다”고 전열을 가다듬고 힙합 프로듀서 남자 7호는 “완전 황당했죠. 왜 하필 남자 1호를 찾았지?”라는 인터뷰를 남긴다. 너무나 비장해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 순간은 약 60분가량 이어진 <짝>의 요약본이다. 첫 번째 도시락 선택에서 6명의 여자들 중 5명에게 선택을 받으며 주목받은 남자 7호는 과거 <짝>에 등장한 ‘의자왕’, ‘칠간지’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했지만 그의 여유로움은 얼마가지 못한다. <짝>은 그렇게 안타깝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코미디를 극대화했다.
이는 유난히 적극적인 출연진 때문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심각한 듯 보이는 이들의 감정 확인이 코미디가 된 이유는 60분 내내 좋고 싫다는 판단만이 쉴 새 없이 나열됐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남자 7호가 보는 앞에서 여자 2호가 자신에게 손 마사지를 해주자 “신체 접촉이 들어가는 건데 (7호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해서 신기했다”는 남자 1호 인터뷰 바로 뒤에 “스킨십이라 생각 안 하고 그냥 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사람 손”이라는 여자 2호의 인터뷰가 붙은 장면은 마치 실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다. 찾고 싶었던 남자를 발견하지 않으면 주저 없이 발길을 돌린 여자 4호와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빛이 애처롭게 클로즈업으로 잡힌 숨바꼭질은 그 코미디의 하이라이트다. 서론과 본론 없이 캐릭터를 구축하고 사랑의 화살표를 던지는 것에만 집중하는 속도전.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오로지 애정문제에만 집중하게 되는 애정촌’에는 그 속도만큼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코미디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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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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