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쇼> 올리브 월-금 낮 12시
<올리브 쇼>의 ‘쿠킹 클래스’는 그 자체로 주방 판타지의 완성판을 보여준다. 바로 옆에 신선한 식재료의 보물 창고 팬트리가 있고, 초보자에게도 쉽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친절한 셰프가 있으며, 함께 수다 떨며 요리한 음식을 사이좋게 나누는 친구들이 있다. 사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여성들을 위한 판타지다. 주방과 음식을 먹는 공간이 분리된 전통적 가정의 구조는, 요리로 대표되는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비가시적으로 만들고 주방을 가정의 부수적 공간으로 소외시켜왔다. 그러나 ‘쿠킹 클래스’의 올인원 스튜디오에서 주방은 단지 푸드 쇼를 위한 공간을 넘어, 가족이 함께 소통하며 행복과 위로를 나누는 가족문화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공간이 된다.
그리고 이 쇼의 진행자 최화정은 프로페셔널한 MC인 동시에 그러한 여성들의 마음을 속 시원히 긁어주는 최고의 언니다. 요리 솜씨로 여성을 매혹시키는 남자를 뜻하는 ‘게스트로섹슈얼’의 대표주자 윤건과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훈남 셰프 강레오가 초대된 어제의 ‘쿠킹 클래스’에서 그녀의 그러한 활약은 특히 빛났다. 강레오 셰프에게 환호하다가도 그가 예민함을 드러낼 때 “까칠한 도시 남자”라며 새침하게 일침을 놓고, 바쁘게 요리하는 와중에도 윤건에게 달달한 노래를 신청하며, 꽃미남 올리버들에게 “더 잘생겨진 거 같애요!” 감탄사를 날리고, 주부 푸드크루에게 “밤에 야식을 하는데 남편이 이런 요리를 해가지고 온다면 사랑에 빠질 것 같”다며 동의를 요청하는 그녀의 모습에 공감의 미소를 짓지 않을 여성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제 “여자 올리버는 없”냐고 묻던 강레오 셰프님, 미안하지만 이 쇼의 장르는 여성 판타지 드라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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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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