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에서 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탈리아 최대 정당인 자유국민당(PDL)이 마리오 몬티 총리에게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경제정책을 요구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PDL은 긴축에 초점이 맞춰진 유럽의 신재정협약을 수정하지 않으면 승인하지 않을 것이며 몬티 총리가 경제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조기 총선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독일이 유럽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현 상황에도 불만을 드러내며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행정혁신부 장관을 지내고 현재 PDL의 경제 담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레나토 브루네타는 신재정협약의 수정을 주장했다. 그는 "다음 달 유럽이사회에서 신재정협약이 수정되지 않으면 의회에서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입장이 당의 입장과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브루네타 대변인은 "성장전략을 강조한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당선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는 유럽이 방향을 바꿔야만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31일 실시될 아일랜드의 신 재정협약 국민투표에서 통과가 이뤄질지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적극적인 부양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 국채 입찰에 참여하고 유로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이 ECB에 주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이 유럽의 대표자처럼 행동하는 것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브루네타는 "몬티 내각이 '독일에 의한 유럽(German Europe)'이 아니라 '유럽(Europe)과 함께 통합해야 2013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조기 총선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금리의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평균 3%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브루네타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독일에만 경제적 이점을 줄 수 없다"며 "이는 유로존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총리 취임 후 세금 인상, 연금 삭감, 노동 개혁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취했던 몬티 총리도 최근 성장주의자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몬티는 지난 6일 오후 프랑스와 그리스 선거 결과를 확인한 후 "프랑스와 그리스 선거 결과는 유럽 정책을 재고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좀더 효율적이고 성장에 기반한 통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U도 최근 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동조하며 긴축정책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FT는 올리 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렌이 재정적자 목표 달성 시한을 1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긴축을 주도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뜻은 확고하다. 메르켈 총리는 7일 프랑스 대선 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신재정협약이 재협상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긴축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도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프랑스 새 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해 여지를 남겼다. 메르켈은 "독일과 프랑스의 협력은 유럽에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유럽이 성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 간 협력이 매우 빨리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랑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독일을 방문한다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랑드 당선인의 취임식은 오는 15일 열릴 예정이다.
메르켈은 또 독일이 선호하는 긴축 정책에 성장 논의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이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유로존 지도자들은 긴축과 성장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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