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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니 山처녀요, 돌아보니 水총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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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니 山처녀요, 돌아보니 水총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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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충북 단양은 아마도 우리 땅에서 수묵화와 가장 닮은 풍경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윽한 산수에다 옛 선비들의 풍류가 한데 어우러져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그 대표적인 곳이 도담삼봉, 옥순봉, 구담봉 등으로 불리는 단양팔경의 명승지들이다. 그래서 단양의 명소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새긴 글이 남아 있고, 단원 김홍도는 '병진년 화첩(丙辰年畵帖)'에 단양을 그려 남기기도 했다.


지난 주말 단양 가는길, 야속하게 봄비가 훼방을 놓는다. 목적지는 월악산 자락 충주호반을 끼고 솟아있는 제비봉(721m)이다.

산자락을 한 구비씩 돌아설 때마다 비바람은 세차고 구불구불한 남한강(청풍호ㆍ충주호)을 따라 운무가 한가득 피어난다. 제비봉과 어울린 산벚꽃의 화려한 자태와 새순을 잔뜩 품은 나무들이 쏟아내는 봄빛의 풍경은 비구름이 삼켜버렸다.


월악산국립공원의 일부인 제비봉은 충주호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쪽에서 보면 바위능선이 제비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라보니 山처녀요, 돌아보니 水총각이라

인근 월악산, 금수산, 소백산 등 명산에 가려 이름이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충주호를 내려다보는 풍광이 장관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산행객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제비봉에 오르면 충주호의 푸른 물빛이 건너편 금수산의 수석 같은 풍경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산행의 들머리는 유람선 선착장인 장회나루다. 이곳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뒤 다시 원점 회귀하거나 반대편 얼음골로 내려서는게 일반적이다. 5㎞ 거리로 넉넉 잡아 4시간쯤 걸린다.


첫 오름길은 계단이다. 비탈진 사면에 나무를 박아넣은 계단에서 시작해 암봉을 딛다가 다시 흙길이 이어진다. 안개를 헤치고 급격하게 높아지는 계단을 오른다.


바라보니 山처녀요, 돌아보니 水총각이라

뒤편 호수 쪽의 시야가 갑자기 탁 트인다. 산행을 시작한지 불과 20분이 흘렀을 뿐이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아~' 하고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어디서 본 듯한 낮익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구름걸린 산과 안개 피어나는 호수가 만나 그려내는 아름다움은 '병진년 화첩'에 담긴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맑은날이 아닌 비오는날에 만난 뜻밖의 행운이다. 이토록 짧은 수고에 비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이런 장관을 본다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다.


다시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는 길. 이제 호수가 아닌 뒤편의 제비봉 풍경이 눈을 압도한다. 초록의 숲에서 뾰족뾰족 튀어나온 기암들. 가파른 기암을 타고 정상까지 철계단이 이어졌다.


까마득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뒤틀며 청청한 푸른빛을 뿜어내는 고고한 소나무의 자태가 아름답다.


노송들이 반기는 암릉길 끝에는 전망대처럼 툭 터졌다. 여기서 다시 철제 난간을 얹은 나무계단을 힘겹게 오른다. 거리는 짧지만 경사가 만만찮다. 숨이 턱에 차고 허벅지가 뻐근하다. 오성암 갈림길을 지나면 암릉이 떠받친 나무계단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산정으로 이어지는 암릉에는 분재 같은 소나무들이 여기저기에 걸터앉아 있다. 양 옆 학선이골과 다람쥐골의 절벽이 아찔하다.


바라보니 山처녀요, 돌아보니 水총각이라

첫 번째 안내판(제비봉 1.3㎞, 공원지킴이 1㎞)에서 수림지대를 거쳐 삼거리에서 학선이골 방면으로 들어서자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구담봉에 가렸던 옥순봉이 고개를 내민다.


북쪽 말목산 아래 2기의 무덤이 구름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왼쪽 것이 두향(杜香)의 무덤이다. 두향은 단양군수로 있던 퇴계 이황과 사랑을 나눴던 기녀다. 퇴계가 풍기군수로 전임하자 강선대(降仙臺) 아래에 초막을 짓고 그리워했다. 이후 퇴계의 타계 소식을 듣고 강선대에 올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때 나이가 26세였다.


장회나루에서 40~50여분 암봉을 타고 오르면 전망 봉우리(544.9m)다. 비록 이름을 갖진 못했지만 제비봉 산행에서 최고의 경치를 선사하는 곳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뒤돌아본 풍광은 좀 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발아래로 둔 구담봉, 둥지봉, 말목산 사이를 휘감아 흐르는 남한강 줄기가 장쾌하게 이어진다. 아슬아슬 깎아지른 근육질의 암봉들이 쪽빛 호수와 어우러져 펼쳐지는 모습은 가히 선경이라 이름할 만했다. 제비봉 정상이 목표가 아니라면 여기서 발길을 돌려 하산을 해도 아쉬울게 없다.


전망 봉우리에서 내려서면 조망은 사라지고 숲길이 이어진다. 30여분 안개 자욱한 숲길을 올라서자 제비봉의 정상이 나온다. 다시 충주호의 풍광이 열린다. 하지만 호수는 물론이고 월악산에서 소백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등줄기는 비구름에 덮혀 아쉬움을 남긴다.


바라보니 山처녀요, 돌아보니 水총각이라

내려서는길. 어름골로 넘어가는 종주코스도 있지만 충주호의 풍광을 내려다보며 하산하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줄곧 뒤통수 쪽에 충주호가 있어 아쉬운 듯 뒤돌아보며 걸어야 했던 것이 오름길이었다면, 충주호를 품 안에 안은 듯 마주 보고 걸을 수 있는 게 하산길은 오를때와는 사뭇 다르다.


제비봉은 산행시간이 짧은 편이라 산을 다 내려오고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절로 장회나루로 향한다. 충주호 뱃놀이는 예부터 천하제일의 흥취로 꼽혔다. 아름다운 곳에는 으레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궂은 날씨에도 봄나들이에 나선 상춘객들은 마냥 신이 났다.


유람선이 충주호를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선착장과 마주한 구담봉을 지나자 닫혔던 절벽이 열린다. 병풍에서나 보던 풍광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물에서 뭍을 바라본다. 산정에서와는 또 따른 감흥이 가슴 속 깊이 파고든다.


유람선까지 타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옥순봉(283m)과 구담봉(330m)을 빼놓지말자. 장회나루 입구에서 제천 방향으로 1.5km 가면 탐방로 입구가 나온다.

순봉은 퇴계 이황 선생이 단애를 이룬 석벽이 마치 비 온 뒤 솟은 옥빛의 대나무와 같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다는 기암이다.


단양=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


바라보니 山처녀요, 돌아보니 水총각이라

◇여행메모
△가는길=
영동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 단양IC나 북단양IC로 나와 충주방향 36번 국도를 탄다. 중부내륙고속도로는 괴산IC에서 나와 충주호를 끼고 월악산방향으로 가면된다. 이 길은 드라이브코스로 좋다. 장회나루 유람선 선착장 바로 앞에 제비봉 탐방로가 있다. 선착장에서 1.5km 충주 제천 방향에 옥순봉과 구담봉에 오를 수 있는 탐방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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