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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 박근혜, 대세론과 2002년 탈당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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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 박근혜, 대세론과 2002년 탈당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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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비박(非朴)계 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첫 테이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끊었다. 김 지사는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주말께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재오 의원도 다음 달 15일의 전당대회를 전후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


비박계 주자들의 움직임은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과 연관이 있다. 대세론이 더 굳어지기 전에 경쟁구도를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총선 승리로 박 위원장의 당내 입지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는 박 위원장에게 대적하기 어렵다. 지지율만 놓고 보면 박 위원장과 비박 주자 간의 대결은 김 지사의 말처럼 '바위에 계란 치기'다. 어느 시기 비박 연대를 모색하게 될 테고, 그때를 대비해 지지세를 미리 넓혀놔야 한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이다.

물론 비박이든 친박이든 겉으로는 '박근혜 대세론은 없다'고 말한다. 속내는 다르다. 경선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비박계로서야 대세론을 부정하는 건 당연하다. 친박계는 박 위원장이 독주하기보다는 경선 흥행을 통해 최종 후보로 나서는 게 더 낫다고 보기에 짐짓 대세론에 손사래를 친다. 대세론에 기댄 '경선 무용론' 주장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다.


역설적으로 대세론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비박계 주자들이 완전국민참여 경선을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위원장이 당을 장악한 현실에서 대의원과 당원, 일반국민 투표와 여론조사를 2:3:3:2로 치르는 현 경선 방식으로는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 '민심을 반영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당 밖의 일반 국민으로 선거인단을 꾸려야 그나마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속셈이다.

당내에 '이회창 대세론'의 교훈을 거론하는 이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앞서 나갔다. 1997년의 첫 도전 때보다 당선 가능성은 더 커 보였다. 그러나 떨어졌다. 대세론에 취해 당내 반대 세력을 배척하는 등 오만했다. 승리감에 취해 방심했다. 쓴소리를 하는 이도 없었고 쓴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인의 장막에 가려 언로가 막히고 판단력이 흐려져 상대당 후보를 얕봤다. '박근혜 의원'이 '대선 후보 예비경선제 도입과 당권ㆍ대권 분리'를 거부한 이 총재를 비판하며 탈당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위원장을 두고도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권위주의, 비민주성, 폐쇄적 논의 구조, 포용력 부재 등등. 정두언 의원은 "박 위원장 1인 체제는 2002년 '이회창 모델' 때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라며 대놓고 비난했다. 비박계의 비판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친박계 내에서도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박 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낀다. 쓴소리도 만나야 하는데 만나기는커녕 전화 통화도 어렵다"고 했다. 분위기기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이쯤에서 정리해 보자. '박근혜 대세론'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 동력이 대선 때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이회창 대세론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의 총선 패배, 20ㆍ30대의 낮은 지지율, 영남에서의 퇴조 현상, 누가 본선에서 경쟁 후보가 되는지도 박 위원장이 경계해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선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한 과제다. 2002년 2월 자신이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했던 말을 되새겨 보라.


"한나라당은 1인 지배 정당을 종식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을 저버렸다 …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거부하고 집권만 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작태에 참담한 심경으로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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