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20여년 이상 삶의 터전에서 양봉사업과 관상수 식재 및 판매를 통해 부족함 없이 살아온 60대 할아버지가 군부대 입주로 감정가액의 10분1도 안 되는 보상금만 받은 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이 마저도 모자라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해 승소 측 변호사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딱한 사정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경남 진주시 대곡면 월암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도 씨(63)
김 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4년 전인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이천시 혈성면 자석리에서 23년째 양봉과 관상수 식재 및 판매를 통해 부족함 없이 생활해오던 김 씨는 군부대가 인근지역에 들어온다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산골이었지만 밭을 갈고, 길을 닦으며 일궈온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릴 수 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김 씨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시공사인 고려개발은 김 씨와 상의 한마디 없이 공사에 착수했다.
김 씨는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발파소리와 비산먼지 등으로 1000여 통 이상 양봉사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뿐이 아니다. 20년 이상 키운 '자식같던' 관상수들도 하나 둘 잘려 나갔다.
김 씨는 국방부와 시공사인 고려개발 측에 수 차례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무책임한 메아리 뿐이었다.
김 씨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벌들이 스트레스로 모두 폐사하고, 단풍나무와 대추나무 등 10여 종의 관상수도 잘려나갔다"며 "고려개발에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하면 국방부에서 시켜서 한다고 책임을 떠넘겼고, 국방부와 부대 측에 항의하면 발뺌으로 일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는 결국 공사로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망가지자, 지난 2008년 서울지방법원에 국방부와 시공사인 고려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씨 대신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는 1차 소송에서 패소한 뒤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희생당하는 것이 분했지만,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는 생각에 송사를 접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김 씨 변론을 맡은 변호사 측에서 '억울하다'며 한 번 더 소송을 하자고 설득해 지난 2010년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하지만 김 씨에게 돌아온 것은 실패였다.
김 씨는 결국 자신이 일궈 온 양봉사업과 관상수 식재 및 판매 등에 대한 감정가액의 10분1도 안 되는 돈을 받고 고향 경남 진주로 내려갔다.
그런데 최근 김 씨에게 사단이 나고 말았다. 1, 2심에서 패소했으니 상대측 변호사비용 1800만원을 내라는 공문이 법원으로부터 날아온 것이다. 이 공문은 시공사인 고려개발이 서울중앙지법에 요청해 발송한 것이었다.
김 씨는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 감정가의 10분1도 안 되는 보상금만 받은 채 20년 이상 살아온 '소중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것도 억울한데 소송에서 졌다며 상대측 변호사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번 소송과정에서 금전적 손해 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잃었다.
김 씨는 "2년 넘게 공사가 진행되면서 발파소음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지금 당뇨와 혈압이 왔다"며 "제대로 보상도 못받고 삶의 터전이 수용돼 쫓겨나다시피해 나온 것도 억울한데 변호사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청춘을 바친 국가유공자다. 하지만 그는 지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다.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쳤지만, 국방부는 지금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김 씨에게는 지금 작은 소원이 하나 있다. 고려개발 측이 요구한 변호사비용을 해결하는 것이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촌로'에게 1800만원은 큰 돈이다.
한편, 김 씨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한 고려개발은 대림산업 자회사로 지난해 12월12일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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