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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장타 가뭄 단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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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장타 가뭄 단비가 없다 이대호[사진=SBS CN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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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이대호(오릭스)가 난국에 빠졌다. 가뭄에 시달리는 배트. 대포는 실종됐고 타율마저 저조하다. 팀 내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대호는 16일까지 일본프로야구 12경기를 뛰었다. 때려낸 안타는 총 10개(50타석 45타수). 이 가운데 장타는 한 개도 없다. 타율도 2할2푼2리에 그친다. 어느덧 4번 타자 자리를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실 기대 이하의 성적은 예견된 결과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5푼(36타수 9안타)을 때렸다. 3타점을 올렸지만 홈런은 전무했다. 연습경기에서 한 개도 없던 삼진만 일곱 차례 당했다. 당시 이대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일부러 홈런을 치지 않고 있다. 개막전에 들어가면 풀스윙을 할 것”이라며 설명했다. 확신은 결과적으로 섣부른 자신감에 불과했다. 일본 투수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12경기 만에 허우대만 무서운 4번 타자로 전락했다. 이례적으로 국내 입단식을 찾으며 환영했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말할 정도다.


오릭스는 2년간 계약금 2억 엔, 연봉 2억 5천만 엔, 인센티브 3천만 엔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이대호를 영입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7억 엔을 보장받았다. 돈다발을 안긴 건 장타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오릭스는 장타 갈증에 시달렸다. 2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1위는 18개의 아롬 발디리스. T-오카다와 이승엽은 각각 16개와 15개로 그 뒤를 이었다. 목이 탄 건 타점도 다르지 않았다. T 오카다가 85타점을 기록했을 뿐 발디리스와 이승엽은 각각 66타점과 51타점에 머물렀다. 이대호는 2010년 타격 7관왕을 비롯해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그해 때려낸 홈런은 총 44개(1위). 지난 시즌은 27개로 2위를 차지했다. 3년 연속 100타점 고지 정복은 덤. 오릭스의 눈은 충분히 홀릴 만 했다.

위력은 일본에서 좀처럼 재현되지 않고 있다. 성적은 4번 타자와 거리가 멀다. 장타는 한 개도 없다. 타율도 규정 타석을 채운 퍼시픽리그 전체 타자 가운데 26위에 머문다. 특히 OPS(출루율+장타율)는 0.522로 리그 평균(0.619)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사실 이대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타 구단 4번 타자 모두 동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세이부의 나카무라 다케야는 타율 1할4푼3리, OPS 0.600를 기록하고 있다. 라쿠텐의 호세 페르난데스와 지바롯데의 조시 화이트셀도 각각 타율 2할8리(OPS 0.625)와 2할3푼7리(OPS 0.538)로 부진하고 소프트뱅크의 마쓰나가 노부히코 역시 타율 2할(OPS 0.518)에 그친다. 니혼햄의 유망주 나카타 쇼도 빼놓을 수 없다. 타율과 OPS는 각각 1할7리, 0.438에 불과하다.


이대호, 장타 가뭄 단비가 없다 지난 8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이승엽(삼성)은 이대호에게 “스트라이크존에만 적응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 같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투고타저 현상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다. 장타는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득점력 저하로 이어졌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공인구 교체다.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는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이후의 이닝 속개를 금지시켰다. 동북부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면서 극심한 전력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재도 일본 내 원자력 발전소 54기 가운데 53기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경기시간 단축을 노린 규칙은 올 시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미 현지에서 정설로 굳어진 스트라이크존 확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는 꽤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일본 프로야구 타자 평균 성적은 타율 2할6푼9리 1605홈런 7582득점이었다. 지난해 수치는 모두 크게 떨어졌다. 타율 2할4푼7리 939홈런 5663득점이다. 홈런은 무려 41.5% 하락했다. 안타는 11.8% 내리막을 걸었고 득점도 25.3% 추락했다. 스트라이크존이 바깥, 몸 쪽은 물론 위아래 쪽까지 넓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결과다.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뛴 이대호는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대호는 지난 3월 스포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라이크존이) 매우 넓다”며 “내 생각엔 공 7개 정도의 넓이가 스트라이크다. 일본은 양쪽으로 (공 지름) 한 개 반씩 넓다. (스트라이크존의) 높낮이도 긴 편”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8년 동안 뛰다 올 시즌 복귀한 이승엽도 지난해 말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이 넓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대호에게 “스트라이크존에만 적응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했던 그의 조언은 결코 실언이 아니었다.


이대호에게는 난관을 극복할 열쇠가 있다. 넓은 히팅 존이다. 적극적인 스윙까지 더해진 타격은 그간 국내 투수들에게 던질 곳이 없다는 압박감을 심어줬다. 실투, 사사구 등을 이끌어내 높은 장타율과 출루율을 자랑할 수 있던 비결이다. 일본에서도 넓은 히팅 존은 유효하다. 지난 50타석에서 커트해낸 많은 파울 수와 6개에 불과한 삼진 수가 이를 증명해준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실투가 거의 날아들지 않는다. 선호하는 높은 직구는 한가운데로 쏠리는 법이 거의 없다. 볼 끝 움직임마저 날카로워 타구로 연결이 돼도 파울이나 단타에 머무른다.


이대호, 장타 가뭄 단비가 없다 이대호[사진=SBS CNBC 제공]


더 큰 문제는 타이밍이다. 포크볼, 슬라이더 등 변화구에 대한 과도한 의식 탓인지 직구가 날아와도 다소 늦게 타격이 이뤄진다. “뜨는 타구가 나오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한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 시즌부터 미즈노의 통일구를 사용한다. 이전보다 실밥 사이의 폭이 1mm가량 넓어지고 높이가 0.2mm정도 낮춰진 공은 반발력이 떨어져 투수에게 전적으로 유리하다. 실밥이 도드라져 변화구의 회전력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처음 공을 던져본 임창용이 “변화구의 각이 잘 꺾인다”라고 만족감을 보였을 정도다. 이전보다 날카로워진 변화구에 이대호는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을 맞추는데 더 집중한 사이 스윙은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말았다.


일본 투수들의 노련한 승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5일 세이부전 9회 2사 1, 3루에서 상대한 오카모토 아쓰시와의 대결이 대표적이다. 몸 쪽으로 바싹 붙여진 초구(볼)가 날아든 순간 이대호는 타석에서 뒤로 조금 물러났다. 이내 타격 폼은 무너지고 말았다. 몸 쪽 공을 의식한 탓인지 허리가 조금 빠진 상태에서 다음 공을 기다렸다. 정상적인 타격이 불가능해진 셈. 한가운데 직구마저 멀어보이게 된 위치에서 이대호는 결국 바깥 쪽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반면 오카모토는 넓은 스트라이크존까지 더 해져 상대 4번 타자를 한결 가볍게 요리할 수 있었다.


이대호는 언제쯤 부진의 막을 내릴 수 있을까. 희망적인 요소는 있다. 이대호는 총체적인 부진 속에서도 여전히 왼손 투수들을 상대로 강점을 보였다. 9타수 4안타, 타율 4할4푼4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장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수 전문가들은 “일본 투수들을 많이 상대하면서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경험과 노력이 요구되는 셈. 타순 조정은 여기에 촉매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최근 T 오카다의 상승세로 이는 충분히 가능해졌다. 하지만 오카다 감독은 아직 이 점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에 한 관계자는 “일본 프로야구 중계권 등의 다양한 문제로 타순을 내리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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