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남자> 7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적도의 남자>를 대표하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면 그것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이 사라진 듯한 바닷가를 걷는 오프닝 영상 속 선우(엄태웅)의 단독 신일 것이다. 익스트림 롱숏으로 극대화된 배경은 인물을 둘러싼 운명의 크기와 무게를, 그 아래 홀로 선 모습은 그의 고뇌를 절감케 한다. 이 이미지가 대표하듯이 <적도의 남자>는 저마다의 어두운 비밀과 상처를 간직한 남자들의 고독한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선우가 “네가 외로운 놈이란 걸 미처 몰랐다”고 말했던 장일(이준혁)만이 아니라 과거의 연인에 대한 집착으로 뒤틀린 전노식(김영철)도, 그에 대한 배신감과 같은 여인을 사랑한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태주(정호빈)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드라마는 이 남자들의 내면을, 자주 홀로 선 자리에서의 회상 신과 보이스 오버로 드러내며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각자의 고독한 운명을 강조해왔다.
그래서 <적도의 남자>는 복수 못지않게 멜로가 중요해지는 드라마다. 그들 각자에게 짐 지워진 숙명적 고독의 원인도, 그것을 구원할 수 있는 가능성도 그 사랑에 있기 때문이다. 인물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어둠 속에 있는 선우에게 지원(이보영)과의 사랑이 빛과 치유처럼 묘사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가령 6회에서 지원이 선우의 눈을 대신하고 선우가 그녀의 다리를 대신하며 함께 업고 업힌 채로 걷는 장면이나, 7회에서 홀로 어둠 속에 앉아 있던 선우가 “아무도 없어?”라 물었을 때 밖에서 지원의 음성이 햇살같이 밀려들어오던 장면은 그들 멜로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선우의 외로운 내레이션이 그와 지원이 주고받는 낭독과 이어 부르는 이중창으로 대체되듯이, 반복되던 단독신이 대화 같은 러브신으로 채워지면서 <적도의 남자>는 이 이야기가 복수극 이전에 뜨거운 정통멜로극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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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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