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환영 못받는 '100일 알뜰주유소'
석달간 가격 인상폭 34%나 높아…겨우 8원 더 싸
소비자 "너무 비싸 당혹스럽다"
정부선 "마진 줄어도 너 내려라"
알뜰점 "손해보는 장사 못해"
일반점 "가격 경쟁 해법 없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첫 알뜰주유소가 문을 연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알뜰주유소는 전국에 430개나 생겨났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을 잡기 위한 해법이었지만, 유가 상승시기와 맞물리면서 ℓ당 100원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을 무색케 하고 있다. 알뜰주유소와 가격경쟁을 해야하는 주유소 업계의 불만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가 해법을 찾아야하는 정부와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주유소 업계 사이에서 알뜰주유소는 풍랑 속에 빠져들고 있다.
6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경동알뜰주유소는 휘발유를 ℓ당 2009원에 판매했다. 영업 첫날인 작년 12월29일 가격 ℓ당 1843원보다 166원이나 올랐다. 같은 시기 경기도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940원에서 2064원으로 124원 오른 것에 비해 33.8%나 더 상승했다.
서울시 알뜰주유소 1호점인 형제주유소는 이날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2082원을 기록 중이다. 형제주유소가 위치한 금천구 평균 가격 2090원에 비해 불과 8원 저렴하다. 금천구 내에 이보다 저렴한 주유소는 모두 10개나 된다.
이러다보니 알뜰주유소를 찾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물론 알뜰주유소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한 관계자는 “손님들이 찾아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을 많이 한다”며 “우리도 최대한 마진을 줄이고 있지만 가격을 더 내릴 수는 없다. 손해보면서 장사를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매번 가격을 조사하면서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ℓ당 2012원에 휘발유를 매입, 마진 60원으로 인건비와 카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남는게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도시에 인접한 알뜰주유소는 농어촌에 위치한 농협알뜰주유소와 달리 높은 운영비를 부담해야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알뜰주유소의 공급가 자체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주유사업을 쉽게 생각해서 뛰어든 것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주유소협회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알뜰주유소는 기름값 안정대책이 아닌 유류세 인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주유소를 만들었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크게 왜곡되고 있다”며 “가격이 저렴한 것처럼 알려지면서 실제로 비싸도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불합리한 행태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2015년까지 1300여개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지식경제부 내 우정사업본부와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할인카드와 운영자금 지원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이에 주유업계에서는 “정작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는 내리지 않고 세금을 더 쓰면서까지 반시장적인 방법으로 기름값을 낮추려고 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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