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베트남 1호점 가보니…
[호찌민(베트남)=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파리바게뜨 신짜오.(안녕하세요, 파리바게뜨입니다)"
'낯익은 파란색 간판, 이탈리아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디자인한 파리지앵컵….' 한국 파리바게뜨 매장이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이런 장면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30일 SPC그룹의 토종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베트남에 첫 발을 들였다. 중국, 미국에 이어 이날 베트남 호찌민에 글로벌 100호점인 까오탕점을 연 것이다. 파리바게뜨 까오탕점 매장 안에 들어서니 빵 굽는 냄새로 가득찼다.
갓 구운 빵과 화려한 모양의 케이크로 가득 찬 1층은 베트남인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오픈 키친' 콘셉트의 2층은 빵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기존 베트남 베이커리 매장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529m²(약 160평)의 넓은 매장과 세련된 인테리어의 까오탕점은 2층 규모의 카페형 매장으로 구성돼있다.
모두 160석 규모에 달하는 이 매장 안에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 베트남 커피 '카페다(로부스타 원두로 만든 커피에 설탕을 넣은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은 여느 한국 파리바게뜨 매장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지인들은 "응온 꽌(아주 맛있어요)"을 연발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응우옌민(23)씨는 "TV에서 보던 한국 연예인들이 먹던 빵을 베트남에서도 접할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벌써부터 베트남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빵의 한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파리바게뜨 까오탕점을 방문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베트남 글로벌 100호점 개점은 2002년 해외시장으로 진출한지 10년만에 우리의 기술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이라며 "이제부터 ‘한국의 맛’으로 세계경영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번 베트남 진출에 '파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베트남 진출을 위해 수년간 사전조사를 비롯한 현지에서의 준비작업을 걸쳤고 지난해 1월부터 법인을 설립했다. 법인 설립 후에도 1년여의 준비기간 끝에 첫 매장을 선보였을 정도로 공을 들인 것.
특히 파리바게뜨 까오탕점이 위치한 베트남 호찌민시 3군 까오탕 거리는 시간당 유동인구만 1500~2000명에 달할 정도로 호찌민의 대표적인 번화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중심도로가 출퇴근 주요도로인 만큼 교통량과 유동인구도 많다. 반경 500m 안에 살고 있는 시민만 5000여명에 달하며 옷집을 비롯해 극장, 전자상가, 외국어학원 등이 들어서 있어 이미 유흥상권이 형성돼 있다. 번화가인 만큼 매장 임대료도 만만찮다. 까오탕점이 들어선 5층짜리 건물은 임대료만 2만2000달러에 달한다. 파리바게뜨는 이 매장에서 하루 250만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지 직원들의 처우에도 신경을 썼다. 파리바게뜨 까오탕점 제빵사의 월급은 초임기준 20만원. 현지 가정부의 평균월급이 5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급여다. 또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를 활용한 길거리 홍보와 오토바이족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우비를 오픈기념 사은품으로 준비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도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화도 치밀하게 준비했다. 파리바게뜨는 향후 베트남인들이 즐겨 먹는 빵인 '반미'를 이용한 샌드위치 세트와 육송, 소시지 등이 들어간 빵 개발할 계획이다.
SPC그룹에 따르면 이날 매장 오픈 전부터 파리바게뜨에 대한 입소문으로 베트남 현지법인 사무실은 하루 평균 100여통의 가맹 문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까오탕점에 긴 줄이 늘어선 것도 한국에서 온 베이커리 ‘파리바게뜨의 빵 맛과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베트남은 소비 지향적이며 냉장고가 많이 보급되지 않아 외식문화가 발달했다. 아울러 이미 프랑스 식문화의 영향으로 빵과 카페 문화가 발달돼 베이커리 사업 성장 가능성이 높다. 파리바게뜨는 베트남 인구의 60%가 30세 이하인 ‘젊은 나라’라는 점과 최근 K팝을 필두로 현지에서 일고있는 한류열풍을 등에 업고 트렌디한 제품과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현지의 고품격 베이커리로서의 입지를 굳힐 방침이다.
파리바게뜨 까오탕점은 모든 제품을 3층 CK(Central Kitchen)에서 직접 만든다. 갓 구운 빵의 신선함과 다양한 열대과일을 활용한 식재료로 파리바게뜨 베트남점만의 특색을 살렸다.
강성길 파리바게뜨 베트남 법인장은 “기존의 베트남 현지 베이커리에는 40종 이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파리바게뜨 까오탕점은 3배가 넘는 150여종의 품목을 준비해 기존 베이커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이번 베트남 진출과 글로벌 비전 발표를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허 회장이 베트남을 직접 찾아 첫 매장을 챙긴 것은 글로벌 경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SPC그룹 관계자는 “향후 그룹의 역량을 국내보다 해외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올해까지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에 5개 매장을 오픈하고, 2020년까지 다낭 등 베트남 전 지역에 300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