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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운찬 위원장의 무책임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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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임기를 9개월 남겨놓고 사퇴했다. 동반성장에 대한 정부와 대기업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지금 사퇴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퇴의 변으로 설득력이 없다. 그가 대통령 자리까지 노리면서 정치활동 개시 시점을 저울질해 왔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대선은 9개월, 총선은 10여일 앞둔 절묘하다면 절묘하다고 할 수 있는 날 사퇴했다. 뭔가 개인적 계산이 있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정 씨는 속마음의 한끝을 살짝 내비쳤다. "국민 속으로 걸어들어가 동반성장하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겠다." 하지만 구체적 거취에 대해선 함구했다. '총선을 지켜보고 그 결과에 따라 정치활동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거라면 그가 하려는 정치는 자신을 내던져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큰 정치가 아니라 유리한 기회를 포착해 개인적 권력욕을 충족시키려는 이기적 정치일 것이다.


정 씨는 "정부가 대기업의 부당한 시장지배력을 방치하고 있다"면서 관료ㆍ재벌 간 유착을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부의 부당한 상속과 지위 세습 등으로 극소수만을 위한 사회가 되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정부를 탓했다. "대기업은 동반성장을 말로만 외칠 뿐 고민조차 안 한다"고 대기업을 비난했다. 또 동반성장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는 배경은 대기업의 이익만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있기 때문이라며 "전경련은 해체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것들은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 사퇴의 구실로 삼을 게 아니다.


그는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까지 지냈다.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반성장을 그렇게 가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면 임기의 마지막까지 동반성장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어야 한다.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에게 누가 대권과 같은 자리를 맡기려고 할까. 그의 사퇴로 동반성장위는 근근이 유지해 온 미약한 동력마저 잃고 좌초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가 증언한 대로 지금 대통령이나 정부 관리들이 생색내기 이상의 역할을 동반성장위에 기대하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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