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무서운 10대였다. 22일 개봉된 영화 '콘트라밴드 Contraband'(22일 개봉)와 지난해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파이터 Fighter', '앙투라지 Entourage' 등 여러 영화와 TV 시리즈에서 잘 나가는 할리우드의 배우이자 제작자로 맹활약 중인 마크 월버그(Mark Robert Michael Wahlberg, 42) 얘기다.
마크 월버그는 1971년 미국 보스턴의 대표 빈민가인 도체스터(Dorcherster)에서 아홉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10대 초반 일어난 부모의 이혼은 그의 탈선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14세가 되던 해 중학교를 중퇴한 마크 월버그는 폭행 강도와 금품 갈취, 마약 장사와 가게 절도 등으로 거친 일상을 보냈다. 베트남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한 죄로 구속돼 50일 동안 감옥에서 복역하는 일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계기가 됐다. 물론 좋은 쪽으로다.
잘 알려진 대로 마크 월버그의 형은 그 유명한 '뉴 키즈 온 더 블록 New Kids on the Block'의 멤버인 도니 월버그다. 원래 마크 월버그도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아이돌 그룹에 어울리는 '끔찍하게 깨끗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제 발로 나왔다. 정말 철 없는 결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마크 월버그는 자신의 근사한 얼굴과 몸, 그리고 속에서 꿈틀대는 엔터테이너의 기질을 믿었다.
1991년 '마키 마크 Marky Mark'라는 이름으로 갈아탄 그는 데뷔 앨범 '사람들을 위한 음악 Music for the People'을 내놨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강한 남성과 거친 짐승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그의 강인한 몸과 화려한 쇼맨십은 '나쁜 남자 Bad Boy'를 선호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크 월버그가 '캘빈 클라인 Calvin Klein' 속옷 모델로 전격 발탁된 사건은 그의 활활 타는 인기에 기름을 부었다.
마크 월버그가 연기자로 변신한다고 했을 때 할리우드의 모든 영화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육두문자로 일관하는 사고뭉치 래퍼, 게다가 머리는 텅빈 '빤스' 모델이 반반한 얼굴과 '울퉁불퉁' 몸만 믿고 터무니없는 짓을 벌인다고 여겼던 것 같다. 마크 월버그는 그들이 완전히 틀렸음을 보기 좋게 입증했다. 영화 데뷔작 '르네상스맨 Renaissance Man'(1995)에서 마크 월버그는 상냥한 순둥이 신참 '토미' 역으로 등장해 기존 그에게 드려진 '악동' 이미지를 걷어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상대 역으로 출연한 '배스킷볼 다이어리 The Basketball Dairies'와 '페이털 피어 Fear' 등을 거쳐 그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1997년작 '부기 나이트 Boogie Nights'로 연기 정점을 찍었다. 소심하고 착한 청년 에디 아담스가 전설의 포르노 스타 더크 디글러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부기 나이트'를 통해 그는 가수 마키 마크가 아닌, 배우 마크 월버그로 성공적인 연착륙을 했다.
마크 월버그에게 '콘트라밴드'는 유독 남다른 작품이다. 영화는 가족을 위해 손을 씻은 왕년의 전문밀수꾼 크리스(마크 월버그 분)가 철없는 처남 앤디(칼렙 랜들리 존스 분)의 실수로 인해 위기에 처한 가족을 지키려고 마지막 한 탕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두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딸을 둔 40대 가장(家長)이 된 마크 월버그는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를 거는 크리스에게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제 안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특히 딸들의 존재 때문에 진정한 남자가 된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보다 더 중요하고 큰일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이 약이다. 평생토록 타블로이드 1면을 장식할 것만 같던 '악동' 마키 마크가 이제 어른이 됐다. '콘트라밴드'가 그 신호탄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제공 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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