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50억달러 규모 영국 저탄소 발전사업 '돈밸리 PJ' 참여
-사업 기획에서 EPC, 파이낸싱에서 운영까지…"단순연기에서 연출로"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삼성물산이 건설과 파이낸싱을 결합해 잇따라 수주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단순시공에서 벗어나 사업기획, 설계ㆍ구매ㆍ시공(EPC)은 물론 파이낸싱(자금조달)과 운영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대형 투자개발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연기로 따지면 시나리오(설계) 대로 대사만 읊조리던(시공) 배우에서 이제 연출자로 건설사가 한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영국 2Co에너지사가 주관해 추진하는 '돈밸리 프로젝트'에 지분 15%로 참여한다고 28일 밝혔다. 돈밸리 프로젝트는 영국 요크셔 햇필드 탄광 근처에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및 이산화탄소포집ㆍ처리시설(CCS)을 건설하는 것으로 총 사업규모가 50억달러에 달한다.
2Co에너지는 65% 지분으로 참여, 프로젝트 회사(SPC)를 만들 예정이다. 나머지 지분 10%는 독일 에너지 기업이 참여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자본금 규모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삼성물산은 이 사업에 최대 1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물산은 향후 발주될 EPC 물량을 단독으로 수주할 수 있게 됐다. 정확한 규모는 미정이나 보통 EPC가 전체 사업비의 70~80%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40억달러 가량의 수주물량을 잠정 확보한 셈이다.
삼성물산은 EPC뿐 아니라 프로젝트 기획에서 파이낸싱까지 협력사로 참여하게 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며 "최근 해외건설에서 파이낸싱 능력이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2016년 완공후 20년간 설비 운영에도 참여한다.
삼성물산의 연출력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된 대형 민자발전사업(IPP)을 수주하면서 이미 확인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업체 아크와파워인터내셔널과 컨소시엄을 구성, 사우디전력공사가 발주한 쿠라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ㆍ운영사업권을 따냈다. 수주규모는 21억달러다. 쿠라야발전소는 발전용량이 4000메가와트(㎿)로 세계 최대 복합화력발전소다.
오는 2014년까지 발전소를 완공한 후 20년간 운영하면서 사우디 정부에 전력을 파는 사업이다. 발전소 운영은 삼성물산이 참여한 컨소시엄과 사우디전력청이 각각 50%를 출자해 만든 프로젝트 회사가 맡는다. 이 수주에서도 삼성물산의 파이낸싱 능력이 주효했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돈밸리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과 설계, 구매, 운영, 투자 등 건설 산업 밸류체인 전 단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의 위상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시장 침체 속에서 해외시장 진출확대라는 숙제가 건설업계에 놓여있다"면서 "이번 사례는 기획과 파이낸싱 등을 결합시켜 해외사업을 성사시킨 점에서 의미가 크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건설사로서의 역량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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