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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남들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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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남들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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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심이 없다. 이성을 싫어하진 않지만 밀고 당기기는 성가시다. 멋을 위한 남자다움 따위? 굳이 없어도 좋다. 2008년 일본 최대의 유행어 ‘초식남’은 일본 젊은이들의 연애 형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다. 개인주의의 만연과 만혼화의 추세, 그리고 높아지는 실업률 속에서 연애에 열의를 잃은 일본 남자들은 초식남으로 설명됐다. 관련 책이 수없이 쏟아졌고,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캐릭터를 차용했다. 에이타, 오카다 마사키, 미우라 하루마 등이 초식남 이미지로 자주 언급됐다. 사회적으로는 긍정, 부정 양쪽의 의견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남녀관계의 새로운 일면’이라 해석했고, 또 일부에서는 ‘온실 교육의 부작용’이라 비판했다. 하지만 좋든 나쁘든 문제는 초식남 이후였다. 연애에 흥미를 잃은 사회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 수 있을까. 혹은 프리타와 초식남이 이끄는 일본은 어떤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까. 2011년 최대 유행어 모테키가 이 막연한 질문에 답을 하나 제시했다.

모테키는 2008년 쿠보 미츠로가 연재를 시작한 만화의 제목이다. ‘잘 나가는 시기(モテる時期)’란 말의 줄임말로 누구에게도 호시절은 찾아온다는 전제를 품고 있다. 만화 속 주인공 후지모토는 인기 없는 파견 사원이다. 매일이 별 볼일 없고, 별 일에 대한 기대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다수의 여자들이 관심을 표한다. 자신감 결여, 의욕 부족으로 웅크려 있던 후지모토에게 인생의 반전이 찾아온 것이다. 만화는 작지만 마니아적인 인기를 얻었고, 2010년에는 TV도쿄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됐다. 그 기세에 힘입어 총 다섯 권으로 발행된 단행본은 150만부가 넘게 팔렸다. 모테키란 말은 그해 ‘신어, 유행어’로 선정됐고, 2011년에는 모리야마 미라이, 나가사와 마사미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저 평범한 남자의 극적 성공기 <모테키>는 폐쇄된 초식남의 일상에 하나의 출구를 제시한 셈이다.


오타쿠, 초식남의 세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초식남들이여, 일어나라! 자신감 결여, 의욕 부족으로 웅크려 있던 후지모토의 극적 성공기 <모테키>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초식남, 모테키와 함게 최근 2~3년간 유행한 말 중에 ‘콘카츠(婚活, 결혼 활동의 줄임말)’, ‘코이카츠(?活, 연애 활동의 줄임말) 등이 있다. 이는 모두 취업활동을 뜻하는 ’슈카츠(就活)‘에서 비롯된 말이다. 자발적인 활동이 없고서야 취직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연애, 결혼도 이제 스스로 구해야 가능해졌다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모두가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편안한 울타리 안에 안주하면서 연애와 사랑은 명백히 활동의 대상이 됐다. 반면 모테키는 일종의 희망이 섞인 운명론이다. 코이카츠, 콘카츠의 실패에 망연자실한 이들에게 모테키는 언젠가 성공의 날이 찾아올 것이라는 낙관의 메시지를 보낸다. 연애에 관심을 잃은 초식남에게, 그리고 개인주의의 안이함에 젖어버린 젊은이에게 모테키의 운명론은 일종의 새로운 출구와 같다.


1980년대 프리타란 말이 나왔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였다. 그리고 1970년대 등장한 오타쿠란 말은 1990년대 경제 침체 속에서 부정적 측면이 부각됐다. ‘고립된 변종 집단’이란 악명이 나돌았다. 일본 사회는 폐쇄성이 짙다. 집단, 단체 의식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잠재력은 있지만 진취성이 부족하다. 프리타, 오타쿠, 초식남은 모두 일본 사회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말들이다. 프리타의 세계에서, 초식남의 인생에서 미래는 그저 현재의 반복일 뿐이다. 그래서 모테키의 유행이 다소 의미심장하다. 영화 평론가 아리타 치즈코는 영화 <모테키>의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TV 드라마 <모테키>의 평균 시청률은 2% 대. “영화가 이렇게 성공하고 모테키가 사회 현상처럼 대두된 것은 분명 지금 시대가 모테키에 바라는 이상이 있기 때문이다”고도 했다. 언젠가 사랑이 찾아온다는 믿음, 인생의 굴곡이 평지와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모테키를 기다리는 일본의 초식남, 프리타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까. 다소 답답했던 일본이 궁금해졌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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