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노리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험대
기민+사민 불편한 대연정 가능성도 타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독일 자를란트주 지방선거가 25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자를란트주는 지난 1월 주(州) 총리가 연정을 해산하면서 조기총선이 실시됐다.
이번 자를란트 선거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 차원의 신 재정협약을 주도해 지난 2일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 회원국의 서명을 받아낸 후 치러지는 첫번째 독일 지방선거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을 띄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자를란트는 프랑스·룩셈부르크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독일 남서부 지역으로 독일 내에서는 베를린, 브레멘과 함께 부채가 가장 많은 주 가운데 하나다.
독일에서는 자를란트를 비롯해 앞으로 8주간 3개의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이들 선거는 내년 가을 치러질 총선에서 3연임을 꿈꾸고 있는 메르켈 총리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를란트주에서는 집권 연정을 이끌고 있는 기독민주당(CDU·이하 기민당)과 제 1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이하 사민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내년 총선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의 불편했던 대연정이 4년만에 부활할 가능성도 타진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켈 총리는 집권 1기 때였던 2005년 사민당과 대연정을 구성한 바 있다. 이후 2009년 총선에서 사민당의 지지율이 23.0%로 급락했고 메르켈 총리는 집권 2기에서는 사민당과의 불편했던 연정을 끝내고 자유민주당(FDP·이하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한 바 있다.
2009년 총선 당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기독사회당(기사당) 연합은 33.8%, 사민당은 23.0%를 득표했다. 이어 자민당 14.6%, 좌파당 11.9%, 녹색당 10.7%를 각각 득표했다. 중도 우파인 기민당·기사당 연합과 친기업 정당인 자민당의 득표율 합계가 48.4%로, 좌파 계열인 나머지 3개 정당의 45.6%를 앞섰던 것이다.
올해 들어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2009년 연임 이후 최고치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어 메르켈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내각 구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의 지지율은 올해 들어 2%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ARD 방송이 지난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 중 독일 주요 정치인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또한 유권자들 중 53%는 기민당과 사민당의 대연정에 선호한다고 답했다.
나치의 일당 독재를 경험했던 독일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어느 한 당의 집권을 허용하지 않고 연립정부를 통해 권력의 분점과 견제를 꾀할 수 있는 대연정을 선호해왔다. 2차대전 이후 서독과 통일 이후 독일에서 단일 정당이 집권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ARD 여론조사에서 지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이끌었던 사민당과 녹색당의 좌파 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44%를 기록했다.
자를란트주는 기민당 소속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주 총리가 지난 1월 연정파트너였던 자민당을 연정에서 퇴출시키면서 조기 총선을 실시하게 됐다.
자를란트주는 2010년 말 기준으로 베를린, 브레멘과 함께 1인당 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지난 2월 기준 실업률은 6.8%로 독일 전체 실업률 6.2%보다 0.6%포인트 높다. 석탄·철강 산지로 현재 석탄 산업은 퇴조하고 있다. 260만명이 살고 있다.
이번 자를란트 투표는 현지시간 오후 6시에 끝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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