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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긴장과 이완의 리듬감만 갖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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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긴장과 이완의 리듬감만 갖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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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의 남자> KBS 수-목 밤 10시
KBS <태양의 여자>와 여러모로 닮아있지만 <적도의 남자>의 스릴러는 보다 비장하고 격정적이다. 예리한 모서리로 서로를 갉아먹어 들어갔던 두 여자의 이야기와 이 드라마가 결정적으로 다른 온도를 보이는 것은 다만 성별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전자의 주인공들은 스스로 타오르는 태양이 되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적도의 남자>에서 가장 주체가 되는 존재는 진노식(김영철)이며 김선우(이현우)와 이장일(임시완)은 그에 의해 분노와 욕망의 끓는점을 경험하게 되는 인물들이다. 직각으로 태양광선이 떨어지는 장소, 적도에 서있는 남자들은 그 이글거리는 존재로부터 달아날 재간이 없다. 무섭도록 붉은 해의 모습에 이어 진노식을 중심으로 모인 두 남자의 모습을 담아낸 드라마의 첫 시퀀스는 그 힘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적도의 남자>는 모처럼 아역시절의 분량이 관습적인 구성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음을 설득하는 작품이다. 단지 말로 설명하기에 사건이 복잡한 까닭만은 아니다. 무구하던 시절과 권력자에 의해 운명이 뒤바뀐 후, 그리고 제 앞에 놓은 선택지에서 자신의 길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역 배우들이 보여주는 표정은 이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물의 현재와 대비되어 힘을 발휘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물의 경험을 앞질러 감정을 극한으로 몰아쳤던 1회의 조율이 새삼 아쉽다. 결국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인물과 함께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면서 스릴을 유지해야 하는 작품이며, 그를 위해서는 긴장만큼이나 이완의 순간이 중요한 것이다. 한회 안에서 선우의 아버지가 죽고, 의문을 품고, 실마리가 등장하며 당기는 힘은 증명했다. 적당히 밀어내는 여유만 있다면 통속극이 막장의 동의어가 아님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드라마를 기대해 봄직하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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