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WTO 규정위반·최종판결 결과따라 불복 절차 밟을 것"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일명 프렌치형)에 대해 미국 상무부가 덤핑 판정을 내려 국내 가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대미 냉장고 수출은 지난 2010년 기준 8억9000만 달러에 달하고 전 세계 냉장고 수출 대비 37.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반덤핑 상계관세를 부과할 경우 최대 주력 시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월풀이 제기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의 덤핑 여부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美 상무부, 최대 30.34%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 냉장고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로 한국산 5.16%, 멕시코산 15.95%를 결정했다. LG전자가 한국에서 생산한 냉장고는 15.41%, 멕시코에서 생산한 제품은 30.34%의 반덤핑 관세가 매겨졌다.
유럽 최대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냉장고에도 22.94%의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월풀이 제기한 모든 덤핑 의혹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상무부의 의견을 참고해 ITC는 오는 4월 30일까지 최종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ITC가 미국 상무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최대 30.34%의 반덤핑 관세를 매길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내 가전사업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 "WTO 규정 위반", LG "반덤핑 관세 부과되면 즉각 제소"=미국 상무부의 덤핑 판정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제히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내 놓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상무부의 덤핑 판정이 제로잉(Zeroing)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로잉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지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으면 마이너스로 마진을 매기지 않고 0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는 제로잉에 기반한 잘못된 방법으로 덤핑 여부를 결정했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몇가지 사례도 발견됐는데 미국 상무부가 이와 같은(제로잉) 잘못된 계산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미국 상무부의 덤핑 판정이 잘못된 계산방식에 근거했다며 비난했다. 두 회사는 ITC가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하기 전까지 이 같은 의견을 적극 소명하고 반덤핑 관세가 부과될 경우 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4월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정부를 통한 WTO제소 등 추가 불복 절차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월풀, 한국 업체 때문에 시장점유율 급감=100여년 넘게 미국 가전 시장을 지배해온 월풀이 덤핑 혐의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소한 까닭은 두 회사 때문에 자사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덤핑 판정이 내려진 하단냉동고형 냉장고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4%로 미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고 LG전자가 21.7%를 기록하고 있다. 월풀은 5.7%에 불과하다. 월풀은 이와 같은 시장 점유율의 추락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염가 판매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월풀은 지난해 냉장고 뿐만 아니라 세탁기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덤핑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제소했다. 올해 1월 미국 상무부는 덤핑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 2월 ITC는 산업피해 예비판정을 내리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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