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박명훈 칼럼]SSM 논란과 시골길의 하나로마트

시계아이콘01분 40초 소요

[박명훈 칼럼]SSM 논란과 시골길의 하나로마트
AD

[아시아경제 박명훈 주필] '성급한 봄을 만나기엔 서해안이 적격이다.' 아마추어 여행가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제철이라는 갱개미(가오리) 회무침 사진이 자못 유혹적이다. 맞다. 봄은 꽃보다 바다로 먼저 달려온다. 지난 주말 갱개미회의 꼬임도 있고 해서 서해안을 찾았다. 바닷가는 겨울을 거의 지워가고 있었고 포구는 만선을 꿈꾸는 어선의 깃발로 화려했다. 해안국립공원 태안의 바다 풍광은 여전했다.


아쉽게도 팔팔한 기운은 바다에서 그쳤다. 오가는 길 주변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농경지에 세워진 아파트, 소도시의 난립한 간판, 요란한 총선 현수막은 대도시의 그늘을 그대로 닮았다. 시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시골길엔 오래된 구멍가게 대신 농협 마트가 진을 치고 있었다.

태안가는 길목인 서산시에 들어설 때다. 반대편 도로가 차량들로 북새통이다. 고개를 돌리니 새로 문을 연 이마트가 버티고 서 있다. 반대편 쪽에 롯데마트가 자리잡은 지 오래니 라이벌 간 불꽃 튀는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재래시장은 결코 성치 못할 것이다.


그 모습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이 떠올랐다. 개정 유통법에 근거해 전북 전주가 첫 규제에 나선 게 지난 11일.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규제를 준비 중이다. 통계는 대형 산매점 규제의 절박성을 대변한다. SSM은 2003년 234개에서 2010년 928개로 396% 급증했다. 매출은 2조6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뛰었다. 재래시장은 쓸쓸하고 오래된 골목 가게는 하나둘 사라진다.

대형 산매점도 물론 필요하다. 문제는 시장 잠식 속도와 무차별적 마케팅이다. 24시간 365일 영업에 비상한 확장 속도는 기존 상권과 영세 상인들을 일거에 무력화시킨다.


그런 논란을 성역처럼 비켜 있는 SSM 뺨치는 곳이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최다 점포 슈퍼마켓, 농협 하나로마트다. 태안 바닷가로 가는 1차선 시골길에도 하나로마트는 서 있다. 개정 유통법의 화살을 피해간 것은 농축수산물을 많이 취급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그럴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감음이라는 소리가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무심코 찾곤 했던 시골길의 하나로마트. 서울의 SSM과 다를 게 없다. 공산품과 음료수, 과자류, 생활용품 등이 매장을 점령하고 있다. 수입품도 보인다. 길 건너 자그마한 동네 슈퍼가 견뎌내는 게 신통하다. 지난해 정범구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전국 2070개의 하나로마트 중 농축수산물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를 밑도는 곳이 602곳(29%)에 달했다. 민간 대형 마트의 평균치 17%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농축수산물을 전혀 취급치 않은 곳도 있다.


점포 수(2070개)는 경쟁 불허다. (규제 대상 모든 민간 SSM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연간 매출액은 6조원을 넘어선다. 도심인구 13만명인 강릉에 27개의 하나로마트가 있다. 한 지방신문은 "차라리 대형 마트가 낫다. 하나로마트를 싹 없앴으면 좋겠다"는 시장상인의 말을 전한다. 여기에 더해 대형마트 체인인 하나로클럽도 있다.


그런데도 농협은 최근 새 출발을 하면서 유통망 대폭 확충을 선언했다. 농어민과 지역민을 위한 유통조직인가, 식성 좋은 공룡 산매조직인가. 하나로마트의 정체를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 농협 유통의 경쟁자는 SSM이나 이마트, 롯데마트가 아니다. 7~8단계의 복마전과 맞서는 산지ㆍ도매 유통의 전사가 돼야 한다. 농어민과 소비자가 함께 사는 길이다. 농축수산물 매출 과반(51%) 룰을 엄격히 적용해 장사꾼 농협마트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다시 서해안을 찾는 날, 습관처럼 들르던 하나로마트, 민간 주유소보다 싸지 않은 농협주유소를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 걱정이다.






박명훈 주필 pmh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