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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SSM 논란과 시골길의 하나로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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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SSM 논란과 시골길의 하나로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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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명훈 주필] '성급한 봄을 만나기엔 서해안이 적격이다.' 아마추어 여행가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제철이라는 갱개미(가오리) 회무침 사진이 자못 유혹적이다. 맞다. 봄은 꽃보다 바다로 먼저 달려온다. 지난 주말 갱개미회의 꼬임도 있고 해서 서해안을 찾았다. 바닷가는 겨울을 거의 지워가고 있었고 포구는 만선을 꿈꾸는 어선의 깃발로 화려했다. 해안국립공원 태안의 바다 풍광은 여전했다.


아쉽게도 팔팔한 기운은 바다에서 그쳤다. 오가는 길 주변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농경지에 세워진 아파트, 소도시의 난립한 간판, 요란한 총선 현수막은 대도시의 그늘을 그대로 닮았다. 시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시골길엔 오래된 구멍가게 대신 농협 마트가 진을 치고 있었다.

태안가는 길목인 서산시에 들어설 때다. 반대편 도로가 차량들로 북새통이다. 고개를 돌리니 새로 문을 연 이마트가 버티고 서 있다. 반대편 쪽에 롯데마트가 자리잡은 지 오래니 라이벌 간 불꽃 튀는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재래시장은 결코 성치 못할 것이다.


그 모습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이 떠올랐다. 개정 유통법에 근거해 전북 전주가 첫 규제에 나선 게 지난 11일.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규제를 준비 중이다. 통계는 대형 산매점 규제의 절박성을 대변한다. SSM은 2003년 234개에서 2010년 928개로 396% 급증했다. 매출은 2조6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뛰었다. 재래시장은 쓸쓸하고 오래된 골목 가게는 하나둘 사라진다.

대형 산매점도 물론 필요하다. 문제는 시장 잠식 속도와 무차별적 마케팅이다. 24시간 365일 영업에 비상한 확장 속도는 기존 상권과 영세 상인들을 일거에 무력화시킨다.


그런 논란을 성역처럼 비켜 있는 SSM 뺨치는 곳이 있으니 신기한 일이다.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최다 점포 슈퍼마켓, 농협 하나로마트다. 태안 바닷가로 가는 1차선 시골길에도 하나로마트는 서 있다. 개정 유통법의 화살을 피해간 것은 농축수산물을 많이 취급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그럴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감음이라는 소리가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무심코 찾곤 했던 시골길의 하나로마트. 서울의 SSM과 다를 게 없다. 공산품과 음료수, 과자류, 생활용품 등이 매장을 점령하고 있다. 수입품도 보인다. 길 건너 자그마한 동네 슈퍼가 견뎌내는 게 신통하다. 지난해 정범구 의원이 낸 자료를 보면 전국 2070개의 하나로마트 중 농축수산물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를 밑도는 곳이 602곳(29%)에 달했다. 민간 대형 마트의 평균치 17%에도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농축수산물을 전혀 취급치 않은 곳도 있다.


점포 수(2070개)는 경쟁 불허다. (규제 대상 모든 민간 SSM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연간 매출액은 6조원을 넘어선다. 도심인구 13만명인 강릉에 27개의 하나로마트가 있다. 한 지방신문은 "차라리 대형 마트가 낫다. 하나로마트를 싹 없앴으면 좋겠다"는 시장상인의 말을 전한다. 여기에 더해 대형마트 체인인 하나로클럽도 있다.


그런데도 농협은 최근 새 출발을 하면서 유통망 대폭 확충을 선언했다. 농어민과 지역민을 위한 유통조직인가, 식성 좋은 공룡 산매조직인가. 하나로마트의 정체를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 농협 유통의 경쟁자는 SSM이나 이마트, 롯데마트가 아니다. 7~8단계의 복마전과 맞서는 산지ㆍ도매 유통의 전사가 돼야 한다. 농어민과 소비자가 함께 사는 길이다. 농축수산물 매출 과반(51%) 룰을 엄격히 적용해 장사꾼 농협마트는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다시 서해안을 찾는 날, 습관처럼 들르던 하나로마트, 민간 주유소보다 싸지 않은 농협주유소를 어떻게 해야 하나. 벌써 걱정이다.






박명훈 주필 pmh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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