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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등 기업' 무색한 공정위 조사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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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 혐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했다가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삼성전자는 사업장 입구에서 공정위 조사요원의 진입을 지연시키면서 그 사이에 관련 자료를 폐기하거나 은닉했다고 한다. 임원급 조사 대상 부서장은 사전 시나리오대로 '출장 중'이라고 둘러대고 근처의 다른 곳에 숨어 현장 진행 상황을 파악한 뒤 다음 날에야 조사에 응했다. 공정위가 출입기록을 요구하자 조사 당시 자료 은닉을 위해 PC를 교체하는 일을 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하고 제출했다.


삼성전자 측의 이 같은 행동은 '글로벌 초일류'을 자처하는 대기업에 걸맞은 태도가 아니다. 정부 공권력의 합법적 집행에 그와 같이 물리력, 거짓말, 속임수까지 동원해 가며 대응한 것은 옳지 않을 뿐더러 실망스럽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가 과태료 부과 조치를 당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2005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다. 게다가 이번 공정위 조사를 받은 뒤 삼성전자가 새로 마련한 보안 관련 지침에 '정문에서부터 입차 금지'를 비롯해 조사 방해를 더 강화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마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복귀 2주년(24일)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이 회장이 복귀한 뒤 삼성전자는 애플에 밀리던 스마트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매출과 이익이 대폭 증가하는 등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서 드러났듯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기본이 되는 준법과 윤리의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과거와 다른 모습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가격 담합이 문제가 됐을 때 이 회장이 '담합도 횡령이나 뇌물과 동일한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밝힌 일이 있다. 그때 삼성전자의 '윤리경영'에 다시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 사람들이 특히 이번에 크게 실망했을 것 같다.


공정위는 최근 국회에서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앞으로는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과태료 부과 외에 징역형 등 형사처벌도 적극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정도의 일류 대기업이라면 이런 법률적 처벌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윤리적 쇄신을 통해 사회적 기대 수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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