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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송재학의 '명자나무 우체국' 중에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7초

(……) 역시 키 작은 명자나무 우체국,/그 우체국장 아가씨의 단내 나는 입냄새와 함께/명자나무 꽃을 석삼년째 기다리노라면,/피돌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가미로 숨쉬니까/떨림과 수줍음이란 이렇듯 불그스레한 투명으로부터 시작된다/명자나무 앞 웅덩이에 낮달이 머물면/붉은머리오목눈이의 종종걸음은 우표를 찍어낸다/우체통이 반듯한 붉은 색이듯/단층 우체국의 적벽돌에서 피어나는 건 아지랑이./연금술을 믿으니까/명자나무 우체국의 장기 저축 상품을 사러 간다


■ 명자나무의 심상(心象)을 소재로 우체국을 차린다. 꽃잎을 다섯 장의 붉은 태지라 하고, 명자나무 향기를 우체국장 아가씨의 단내 나는 입냄새라고 말한 것, 그 붉은 꽃잎의 일렁거림을 피돌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가미로 숨쉰다고 한 것, 거기다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작은 부리까지 모셔와 우표를 찍어내는 것. 우체국은 이렇게 아름답게들 공무 중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연금술을 믿으니까'의 반전이 없었다면, 그저 재치있고 예쁘기만 한 시로 기억되었으리라. 명자나무가 만들어내는 상품들은 모두, 허튼 것들을 금으로 만드는 솜씨로 빚었다. 그 연금술을 믿으니까, 나도 시간의 힘에 베팅을 한다. 그늘까지 붉어지는 꽃봄에.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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