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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문인수의 '식당의자' 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39초 소요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앞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지 않으니,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 의자가 쉬고 있다.



■ 거지가 거지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은, 경계를 넘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쥐고있는 것들을 놓아버리는 경계. 죽을 때까지 놓지 못하는 걸 살아있을 때 놓아버린 자의 고요. 드디어 희망이나 내일이 간섭하지 않는 그 경계. 문인수는 개처럼 뛰어다니던 생이, 문득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 고요히 쉬는, 완전한 휴가를 발견한다. 의자에게는 한 평생 '필요'가 그의 자랑이었지만 실은 그 '필요'가 그를 목줄 달아 끌고 다녔다. 필요없는 몸이 되니 비 맞아도 젖은 게 아니다. 우린 죽기 전에 이런 폐품의 상태가 필요한 게 아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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