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형마트 곁 노점상거리 ‘공존의 그늘’도 필요하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1초

김상훈의 상권포커스

얼마전 부평상권을 조사하던 중, 안타까운 장면을 목격했다. 이곳은 국내 유통업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유명회사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가 있는 상권이다. 대형마트 바로 옆에는 아파트단지 정문이 자리잡고 있다. 정문 입구에서는 1000원, 2000원 다육식물을 파는 노점상과 대형마트 경비원과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대형마트 경비원은 마트 내에 식물을 파는 곳이 있기 때문에 코너가 마트 주변에 동일업종의 노점을 단속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업종과 중복되지 않은 노점 아이템은 많지 않다. 문제는 행정기관이나 경찰도 아니면서 아파트 입구 공유 부지에서 영업중인 트럭 노점상을 단속할 수 있는 권리가 마트의 책임자에게 있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꽃을 파는 노점상의 얘기를 들어봤다. 일주일에 한두 번 이곳 마트 옆 아파트 입구에서 꽃을 팔고 있다고 했다. 마트 옆에 유동인구가 빈번하기 때문에 아파트 입구에 트럭을 불법주차하고 영업을 하면 하루 20만-30만원의 매출을 거둘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파트에서는 별 민원이 없는데 바로 옆 대형마트 경비원들이 하루에도 몇 번 씩 와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압력을 넣어 골치가 아프다는 얘기였다.


정부에서는 요즘 틈만 나면 상생을 얘기한다. 유통법도 만들어서 재래시장 소상인들과 대형마트와의 상생 해법을 찾는다고 한다. 대형마트의 영업일수 규제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어떻게든 영세점포와 대형마트가 같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하지만 영세점포보다 더 취약한 계층은 노점상이다. 물론 노점상은 사업자등록증을 내지 않고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노점상을 하는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노점상을 할 수 밖에 없는 삶의 스토리가 절절하다.

노점상들의 꿈은 작은 가게라도 내 가게를 하나 갖는 것이 꿈이다. 무등록사업자가 문제라면 노점상에게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지역을 설정하고, 이동식 판매점에 대한 사업자등록 규정을 새롭게 만들면 된다고 본다. 만약 사회적 안전망 차원에서도 대형마트 옆에 예쁜 노점상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최근엔 폐업하는 소상공인들도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폐업 소상공인들에 대해 눈에 띄는 대책은 별 다를 게 없다. 자영업을 하다가 실패하면 다시 회사에 취직할 수도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만약 대형 마트 옆에 합법적인 노점상 공간을 만들고 폐업한 자영업자들에게 새롭게 회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간에 진정으로 상생하는 모습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소비자 가치 측면에서도 노점상은 즐거운 곳이다.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용이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쇼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때론 삶의 애환도 있고, 정도 넘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벽돌담 모퉁이에 기대선 포장마차, 너도 친구, 나도 친구’로 시작되는 어느 여가수의 포장마차라는 옛날 가요가 떠오른다.


대형마트 곁 노점상거리 ‘공존의 그늘’도 필요하다
AD

노점상은 도시미관에서도 결코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도시미관에 맞게 아름답게 꾸미면 되는 일이다. 최근의 서울시에서 관장하는 구두광택 노점은 지하철역 입구나 주요 도로변에 깔끔한 모습으로 새 단장돼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구두광택을 내는 노점상도 즐겁고 소비자의 편의성도 높이는 좋은 케이스이다.


김상훈 (주)스타트컨설팅/스타트비즈니스 대표컨설턴트
1997년부터 맞춤형 창업컨설팅회사를 운영해온 창업시장 전문가. 현재 (주)스타트컨설팅과 스타트비즈니스(www.startok.co.kr) 대표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다. 대표저서로는 ‘두번째 잡으로 부자되기’, ‘못 벌어도 월 1000만원 버는 음식점 만들기’ 등이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