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라’상권 아날로그 테마의 교훈
일본 간사이 지방 나라역 앞 상점가 입구에는 줄서는 모찌가게 ‘중곡당’이라는 떡가게가 있다. 이 떡가게에는 1시간마다 직접 떡메를 이용해서 떡을 찧는 장면을 연출한다. 하얀 유니폼 복장을 한 건장한 남자 두 사람이 옛날 모습 그대로의 차림으로 나무 절구통에 떡을 찧는 광경은 관광객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재미있는 볼거리다.
설날 남산 한옥마을을 찾아 만났던 우리의 찹쌀떡을 만드는 풍경과 비슷해보인다. 특이한 점은 일본상권에서는 설날같은 특별한 날에만 이벤트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1시간에 한 번씩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떡을 찧어내는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옛날의 맛은 100% 아날로그적인 장치에서 비롯된다. 일본의 라멘가게, 우동가게, 작은 초밥집에서도 수십년, 수백년 내려오는 전통의 맛을 그대로 복원해서 서비스하는 곳이 많다. 전통의 맛이야말로 아날로그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옛날 맛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일본 나라상권에서는 음식점 시설은 아날로그 포인트 그 자체다.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옛날의 시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집이 많다. 나라상권뿐 아니라 일본 외식상권에서 발견되는 아날로그 파워의 핵심은 시설 경쟁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큰 아날로그 포인트는 바로 소재다. 인테리어의 주요 소재는 옛날 원목이나 목재를 이용해 음식점 인테리어를 구현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목재라는 그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철재나 시멘트, 타일보다 친근함을 부각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깊은 맛과 어우러져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최고의 소재임에 분명하다.
외장경쟁력 중 가장 눈에 띄는 아날로그 파워는 바로 간판의 글자 체(體) 경쟁력에서 엿볼 수 있다. 대다수 음식점들이 내건 사인(sign) 간판을 살펴봐도 우리나라 간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 서체는 없다. 약간 서툴더라도 하나같이 붓으로 휘갈겨 쓴 캘리그라피(Caligraphy) 사인을 쓰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음식점의 이미지를 함축한 캘리그라피 사인은 목판위에 아로새겨져 소박하면서도 힘있는 해당 음식점 간판의 전면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아날로그 사인은 최근 한국의 음식점에서도 많이 시도되고 있다. 전면간판이야말로 음식점의 첫 번째 이미지라는 사실과 그 이미지만큼은 전통방식의 아날로그 파워를 느끼게 하는 일본 외식업 경영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의 어느 상권을 가더라도 그 지역의 지역 축제인 ‘마쯔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쯔리는 원래 제사를 지내는 행사였으나 현대에 와서는 지역민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로 발전해오고 있다. 상권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마쯔리는 소비자를 불러 모으는 좋은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쯔리는 수십개가 넘는다고 한다. 일본의 마쯔리 역시 전형적인 아날로그 현상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시장이 살아나려면 먹거리, 살거리, 볼거리, 놀거리가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 외식상권이라고 해서 음식점만 밀집돼 있다면 소비자들은 큰 흥미를 갖지 못하게 마련이다. 음식점 밀집상권 옆에는 패션가나 잡화를 판매하는 상점가가 자리잡아야 효과가 커질 것이다.
지금 뜨는 뉴스
하지만 먹거리와 살거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볼거리와 놀거리에 대한 욕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외식상권도 디지털세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가치가 높아질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소비자 감성과 향수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2012년 한국 창업자들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적절하게 결합한 ‘디지로그 영업전략’에 집중할 때다.
김상훈 (주)스타트컨설팅/스타트비즈니스 대표컨설턴트
1997년부터 맞춤형 창업컨설팅회사를 운영해온 창업시장 전문가. 현재 (주)스타트컨설팅과 스타트비즈니스(www.startok.co.kr) 대표 컨설턴트로 활동중이다. 대표저서로는 ‘두번째 잡으로 부자되기’, ‘못 벌어도 월 1000만원 버는 음식점 만들기’ 등이 있다.
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기자 hanso11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