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15일 오전 10시30분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문을 연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각 와인 코너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미국산 와인의 관세(15%)가 철폐돼 와인 가격이 10∼14% 가량 인하됐기 때문이다.
이마트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한 남성은 "기존 와인들은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늘 망설이곤 했는데 한미 FTA로 와인을 싸게 살 수 있어 너무 좋다"며 "1만원 미만의 와인도 많다고 해 부인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혜나(40ㆍ여)씨는 "저렴한 와인을 구입해 식당에서 판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잠시 들렀다"며 "방송에서 미국산 와인이 최대 50% 인하한다는 데 사실이냐"고 되물었다.
30대로 보이는 한 여성도 "미국산 와인인 '아포틱 레드(355㎖)'를 반값 수준인 1만7500원에 판매한다고 해서 왔다"며 카드에 2병을 실고 계산대로 향했다.
학교가기전 와인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는 김상준(24ㆍ남)씨는 "와인을 좋아하지만 소주나 맥주와 달리 와인은 가격이 비싸 쉽게 접할 수 없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백화점, 마트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와인의 가격이 인하됐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과거 한칠레 FTA의 경우 칠레산 와인의 관세가 사라졌음에도 오히려 일부 와인의 가격이 오르는 기 현상이 발생한 바 있어 미국산 와인 역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와인 수입사 한 관계자는 "미국산 와인 가격이 10∼14% 가량 인하됐지만 미국의 와인 제조ㆍ생산자(와이너리)들이 가격을 인상할 경우 되레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지금이야 FTA가 발효되는 시점이라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가을 이후 와이너리들이 가격을 인상한다면 인하 폭은 크지 않거나 역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와이너리인 베린저, 콜롬비아 크레스트, 로버트 몬다비 등은 매년 연말ㆍ연초에 와인에 대한 가격 인상을 추진해 왔다.
그는 이어 "미국의 와이너리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회사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는 기회로 삼는다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지만 한 몫 챙기려는 판단을 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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