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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메릴린치 매각 관련 소환 요구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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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지난 2008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증언을 해 달라는 소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BOA와 케네스 루이스 당시 BOA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집단소송에서 원고측은 버냉키 의장의 증언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측은 BOA가 194억달러에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피고측이 메릴린치의 손실 규모를 속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12월 BOA측은 버냉키 의장과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헨리 폴슨에게 손실 때문에 메릴린치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을 했고 이후 정부는 BOA에 200억달러 자금을 지원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OA의 메릴린치 인수는 2009년 1월 완료됐다. BOA의 메릴린치 인수가 완료된 후 버냉키 의장이 메릴린치 인수를 완료하지 않으면 루이스 CEO를 퇴출시킬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관계자를 인용해 오하이오주 사학연금과 텍사스 사학연금 등으로 이뤄진 원고측은 BOA의 메릴린치 인수가 완료되기 전 버냉키 의장과 루이스 전 CEO가 나눴던 대화에 대해 질문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펌 번스타인 리토위츠 등 원고측 변호인단은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버냉키 의장에 대한 소환을 요청한 사실을 공개했다.

FRB는 이에 대해 당시 FRB의 행동은 이번 소송의 중심이 아니며 FRB는 이번 소송의 당사자도 아니라며 버냉키 의장의 소환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릴린치 인수 완료 전 BOA의 법률 고문이었던 브라이언 모이니한 현 BOA CEO는 지난 금요일 이미 법정에서 증언을 했고 루이스 전 CEO도 이번 소송과 관련 이달 중 증언에 나설 예정이다.


WSJ은 민사 소송에서 규제당국의 수장에 대해 증언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1989년부터 2004년까지 FRB의 법률 고문으로 일했던 버질 매팅리 주니어 변호사는 규제당국의 수장이 민사 소송에서 증언하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고문으로 있던 당시 FRB 인사들이 증언 요구를 받은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버냉키가 실제로 증언을 하게 되면 전례가 없었던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앞서 의회에 출석해 루이스 전 CEO에 대해 협박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2009년 6월25일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에돌퍼스 타운스 의원의 "당신은 개인적으로 루이스에게 BOA의 임원에서 퇴출하거나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느냐?"는 질문에 버냉키 의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WSJ은 법원은 규제당국의 수장이 증언에 나서는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FRB와 원고측이 합의하지 못 하면 법원이 버냉키 의장의 증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측은 지난해 12월 만나 법원이 개입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고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서 맥 알프리엔드 전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선임 부총재와 케빈 워시 전 FRB 이사가 2008년 말 BOA에 대한 정부 지원 논의와 관련해 증언에 나선 바 있다. 둘은 지난해 모두 은퇴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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