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대상자 12명 중 논술시험을 통해 최종 3명 선발...구청장이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조선시대 ‘알성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서울의 한 자치구가 공정한 인사를 위해 논술시험 등을 통해 공무원 역량을 평가하고 우수 논술답안은 전 직원에게 공개하는 등 연공서열 등으로 경직된 공무원 조직문화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노원구(구청장 김성환)는 7일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 40분 동안 구청 정보화교육장에서 사무관 승진 후보대상자를 대상으로 논술시험을 실시한다.
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역량 평가를 위해 지난달 15일 사무관 승진심사대상 6급 공무원 12명에게 사전에 논술과 관련된 필독도서 2권을 공개했다.
논술시험은 필독도서 중에서 구청장이 시험당일 문제를 직접 출제한다.
논술문제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 행하던 방식으로 문제가 게시된 족자를 펼쳐 보이는 현대판 알성시(謁聖試)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알성시(謁聖試)는 조선시대에 성균관 유생들에게 실시된 비정규 문·무과 시험으로 성균관 유생을 대상으로 임금이 직접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참관하던 제도다.
이번 논술 필독서로 제시된 도서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저)'과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로버트 라이시 저)'이다.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은 지방정부 복지재정, 조세재정정책, 주거복지와 주택정책 등 그 해법과 실행방안 등을 담고 있다.
또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는 양극화 된 부의 편중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산층을 위한 9가지 대안 제시‘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효과적인 해결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승진대상자들은 주어진 논술문제에 대해 1시간 40분가량 워드프로세스로 답안을 작성해 제출하게 된다.
논술고사 채점은 4급과 5급 간부로 구성된 심사위원 5명이 작성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도록 한 상태에서 개인별 채점을 실시한다.
심사위원은 시험 전날까지 명단이 공개되지 않도록 했다.
이는 구청장이 사전에 누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될지 모르게 해 논술시험 채점에 있어 투명하고 공정한 채점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노원구에서 5급 사무관 시험에 있어 논술고사를 고수한 이유는 과거의 연공서열에 의존하던 승진심사의 관행을 과감히 탈피, 우수한 인재를 적극 발굴함과 동시에 승진과 관련한 어떠한 청탁도 배제, 공정한 심사를 통해 승진자를 선발하고자 함이다.
노원구의 논술시험은 승진심사 시 깜짝하는 형태가 아니라 김성환 노원구청장 취임 후 줄곧 고수해 온 승진방식이다.
그동안 공무원 승진, 특히 간부직인 사무관 승진이 시험보다는 근무평정 위주로 되다보니 개개인 능력보다 지연이나 인맥 등이 우선시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김 구청장은 “취임초부터 인사의 투명성을 위해 구청장의 인사권한이 아닌 객관적이면서도 공개적인 틀을 통해 승진에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또 “근평과 다면평가, 논술의 비중을 각각 어떻게 가중치를 적용하고 자의성을 최대한 배제해 객관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논술고사 실시 후 인사청탁에 매우 자유로웠다”라는 입장을 지난해 논술고사를 치룬 후 직원 내부전산망의 편지를 통해 전 직원들에게 밝힌 바 있다.
구는 논술 역량평가와 승진심사위원회의, 인사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오는 14일까지 승진 내정자 3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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