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발표한 제3차 북미 고위급회담 발표문에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우선 반영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은 그동안 줄곧 북한에 요구해온 비핵화 조치인 ▲핵실험·장거리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 복귀 등을 발표문의 맨 앞에 담고 뒤이어 회담의 원칙 등을 나열했다. 비핵화 조치에 가장 비중을 둔 셈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위험성은 어느정도일까? 한미가 지목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 북한의 주장과 달리 정부보안당국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북핵보유여부에 대해 대북전문가들은 핵무기 추가확보와 경량화기술을 눈여겨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경량화기술이 발전했을 경우 기존에 알고 있던 핵무기 수보다 더 많은 양의 핵보유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초 “미국이 지난 4월 조선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끌고가 대 조선제재를 발동했다”면서 “이 기간에 조선은 영변핵시설을 원상 복구하는 조치로 재처리시설을 가동시켰으며 8000개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8월말까지 성과적으로 끝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보도에 따르면 폐연료봉재처리는 지난해 4월에 착수했고 그 작업이 4개월이 지난 8월에 마무리된 것이다.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 할 경우 약 6~7kg정도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40kg가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무기 7개가량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또 이번에 재처리된 양까지 합친다면 모두 8개가량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핵무기 경량화 기술이 발전했다면 보유량은 틀려진다.
핵분야 전문가들은 경량화가 가능해졌다면 북한이 소유한 핵무기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통상 6~7kg정도의 무기급 플루토늄으로 1개의 핵무기를 만들었지만 발전한 기술로는 2~4kg만 가지고도 기존 핵무기만큼의 파괴력을 지닌 무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경량화기술이 발달했다면 핵탄두 무게를 1t이하 수준으로 소형화가 가능하고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에 탑재할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공격위험성보다 더 위험한 것은 원전사고라는 지적도 제기하고있다.
미국 핵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핵공격을 감행할 개연성은 작다"고 주장한바 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언급하며 "북한은 경수로 원자로에 대한 경험이 없다. 서양에서는 건설방법이나 건설자재를 서로 협력해 최상의 것을 선택하는데 북한은 그런 것에 대한 협력이 안 되고 있다"며 우려를 거듭 표명했다.
북한은 원전사고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 각종 대형사고에 대처해온 과정 등을 돌이켜볼 때 외부의 도움이 없는 경수로 건설은 자칫 제2의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이어질 개연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헤커 소장은 또 북한이 경수로를 건설하는 주목적은 핵무기보다는 전기생산에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주목해야할 것은 관련 기술이나 자재 등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라며 "농축우라늄은 플루토늄과 달리 은밀하게 만들어져 거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4∼8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지만 아직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화 기술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또 한번의 핵실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시설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2의 농축우라늄시설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했다.
헤커 소장은 북한당국의 초청으로 방북했을 때 처음으로 원심분리기 1000여 개를 갖춘 영변의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을 목격하고 북한에 우라늄 농축핵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려 주목받았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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