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정부 정책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국민의 불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물가가) 오르는 것도 짜증나는데 불편하게 해서 두 번 짜증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름값ㆍ식료품값 상승, 주 5일제 수업 대책, 주말 고속도로요금 할증제 등을 사례로 조목조목 짚었다. 말만 앞세우는 정부 부처의 탁상행정을 질타한 것이다.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대통령이 대신 했다. "물가 잡겠다" "경제 걱정 없다" "대책을 철저히 세웠다"는 식의 정부 다짐은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경제는 갈수록 어렵고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뛴다. 정부의 말과 국민의 체감이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고용사정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고 정부가 자찬할 때 청년백수는 늘고 취업률은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질타를 듣고서도 속이 시원하기보다는 뭔가 찜찜하다. 기름값만 해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치솟는 기름값을) 방관하는 듯한 인상이다"면서 "일시적으로 얼마 깎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어리둥절해지는 지적이다.
작년 이맘때 시작된 '정부의 정유회사 팔 비틀기' 논란은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범정부 차원의 기름값 대책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당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은 "회계사인 내가 직접 정유사 회계분석을 해 보겠다" "성의표시라도 하라"면서 압박했다.
결과는 어제 이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다. ℓ당 50~100원가량 내렸던 휘발유 값은 다시 원위치됐고 지금은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거듭한다. 1년 전에는 뒷짐을 졌던 이 대통령이 이제 와서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잡는 것은 무리수라 말하니 어색하다. '정부가 방관한다'는 말도 국민들로서는 짜증 나는 표현이다. 대통령이 곧 정부의 대표 아닌가.
이 대통령의 질타가 나왔으니 해당 부처는 또 한번 법석을 떨게 분명하다. 지난해 기름값 인하 압박과 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게 바로 탁상행정이요, 무리수다. 국민을 짜증나지 않게 하는 정책은 어려운 게 아니다. 현실을 솔직하게 말하라. 꼼수를 쓰지 말고 국민의 마음, 국민의 눈높이로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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