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무역협회장 내정… MB 인사 도마에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주미대사가 하루 만에 무역협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방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에서도 앞뒤를 면밀히 가리지 않는 자의적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대사를 무역협회장으로 앉힌 데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FTA가 국내 이슈가 됐으니 직접 챙기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기구인 무역협회에 정권 낙하산을 앉힌 비판은 뒤로 하더라도, 당장의 현안이 산적한 주미대사가 갑작스레 물러나면서 업무공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역협회장으로 추대되기까지 청와대와의 갈등설까지 불거졌던 이번 '한덕수 해프닝'엔 청와대의 이상한 인사 시스템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3년의 임기를 꼬박 채웠지만 한 대사 인사에 뒷말이 무성한 것은 이번 인사가 그만큼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다음주 예정된 재외공관장회의나 다음달 핵안보정상회의 등 크고 작은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주미대사 없이 일을 진행하는 건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이같은 인사에 대해선 여권 내에서도 말이 많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전일 이계철 방통위원장과 이달곤 정무수석 인사를 두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초지일관하는 이 대통령식 인사 스타일이 참 답답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한 대사 개인의 화려한 프로필도 다시 주목받게 됐다. 한 대사는 김영삼 정부 시절 이미 특허청장과 통상산업부 차관을 역임했으며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 등을 역임했다. 이어 참여정부 때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까지 오르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에는 전 정권 국무총리라는 결정적 흠(?)에도 불구하고 주미대사로 임명돼 주목을 받았다. 전 정권의 요직을 거친 이들에게 냉정했던 이명박 정부 초기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인사였다.
이번에 신임 무역협회장으로 내정되면서 김영삼 정부 때부터 온갖 요직을 두루 거치며 '처신의 달인'으로 불려왔던 명성도 이어가게 됐다. 특히 호남정권으로 일컬어지던 DJ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야 자신의 고향이 호남임을 밝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한 회장의 출신은 전북 전주이나 고등학교는 경기고를 나왔다.
한덕수 신임 회장이 맞닥트린 과제는 자신이 부총리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미FTA를 최종 마무리 짓는 일이다. 야당에서 '폐기', '재재협상' 등을 언급하고 있어 발효 이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무협 회장에 이어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한 신임 무역협회장은 한미FTA 협상을 주도했던 공을 인정받아 이명박 정부로부터 지난 2009년 초 주미대사에 임명돼 현재까지 3년 동안 재직했다. 하지만 관료 출신인 한 대사가 협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재계 출신 회장을 원했던 일부 무역업계 종사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무역업체 정보교류 커뮤니티인 전국무역인연합(전무련 )을 중심으로한 일부 무역업계 인사들은 올 들어 관료 출신 무역협회장을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오는 22일 무역협회 총회장에서의 충돌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