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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中企진흥공단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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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업체 60대 사장, 정책자금 신청 두 번 허탕친 일주일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사장(62)은 최근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정책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찾아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치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달 말에 중진공을 찾았으나 접수기간이 아니라는 말에 지난 6일 재차 방문했다. 그런데 이미 접수가 끝났다고 하더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신청 서류를 든 그에게 중진공 직원은 "다른 사람들은 새벽부터 줄서서 접수했는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자금은 이미 다 소진됐다"며 무안을 줬다. 이 사장은 대기신청을 위한 서류 접수라도 받아달라며 매달렸지만 중진공측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는 "개인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중진공 직원은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그렇게 모멸감을 줄 필요가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서울 시내의 다른 인쇄업체 오모사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정책자금 신청 후 중진공에서 현장실사를 나왔는데 그를 부하직원 다루듯이 한 것이다. 외부 전문가를 대동한 중진공 측은 거래내역이 적힌 장부들을 뒤적이다 돌아갔다. 오 사장은 "검찰조사를 받는 기분이었다"면서 "중진공은 철저하게 갑이고 우리는 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성토했다.


두 사례는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중진공이 고객인 중소기업들을 지나치게 고압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중소기업계의 불만을 대변한다. 중진공에 접수되는 불친절 민원은 해마다 수십건에 이른다.

중진공이 올해 집행하는 정책자금은 3조3330억원으로 전국 31개 중진공 지역본부가 종류별 정책자금을 담당한다. 중소기업은 지역본부에 자금을 신청해 융자받는다. 정책자금은 금리가 낮아 중소기업이 많이 찾는 데 최근 경기침체로 자금난이 심해진 중소기업들이 중진공 창구에 몰려들고 있다.


중소기업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2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 가운데 자금사정에 대한 SBHI는 84.4로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전달에 비해 자금 사정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한 중소기업인은 "정부가 말로는 중소기업을 위한다 하면서도 정작 현장에서는 중기를 하대(下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진공은 이 같은 불친절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친절교육을 해왔지만 기업들의 불만은 매우 높다. 중진공 관계자는 "지역별로 친절교육을 하는 등 자체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잘못된 부분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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