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딸의 결혼식을 미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다른 이유가 아니고 지난번 이명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2남1녀의 자녀 중 유일한 딸 지연씨의 결혼식이 대통령 국빈외교 일정과 겹치자 김 회장은 가족과 사돈 등에 결혼식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한 달 전쯤 대통령 경제사절단을 공지해 일정을 잡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이전에 잡은 결혼식을 포기한 셈이다.
그가 대통령의 경제외교에 발 벗고 나선 이유가 있다. 대통령의 방문지는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3개국이다. 건설사들이 주력 해외시장으로 꼽는 지역이다. 특히 카타르는 2020년 월드컵을 앞두고 기반 시설 등 공사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우디도 산업클러스터, 4대 경제도시개발, 고속 철도망 확충 등 굵직한 건설 프로젝트들이 포진해 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윤석경 SK건설 부회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우상룡 GS건설 사장 등 주요 건설사 대표들도 함께 나선 배경이다.
김 회장은 이 중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전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카타르 관계자와의 조찬 자리에서 제일 먼저 언급한 경제계 인사가 김 회장이었다"며 "김 회장이 이 대통령에게 이런 저런 제안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악수한 이도 김 회장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30년간 건설업에 몸담으며 쌓은 김 회장의 풍부한 경험과 해외 인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의 또 다른 직함은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다. 덕분에 동남아시아 경제를 쥐고 흔드는 화교 인사를 많이 안다. 그의 인적 네트워크는 유럽과 중동까지 뻗어있다. 현장을 자주 방문하다보니 실무를 알고 대화 거리가 다양해서다. 1년 중 절반 가까이를 해외에서 보내는 그다. 그만큼 해외 수주를 중시한다는 얘기다.
한국이 IMF사태를 맞기 이전의 쌍용건설은 건설업계 6~7위로 해외수주가 회사 매출액의 70~80%였다. 그러나 IMF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해외사업본부도 대폭 축소됐다. 현재는 해외수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40% 가량으로 시평순위 14위다. 입찰 매각 대상이기도 하다. 장녀의 결혼을 미루고 자처한 김 회장의 'MB 경제사절단' 행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빛을 발한 이유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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