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조원 구제금융 대가로 연금삭감·공무원감축 등 가혹한 긴축 정책 추진
오히려 경기 침체되면서 부채비율 상승..국민들 점차 반발 심해져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2차 구제금융 조건으로 가혹한 긴축안의 의회승인을 통과한 그리스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한 꺼풀 꺾였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지난해 긴축안을 통과시켜 실행해 옮기기고 있는 포르투갈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디폴트 위기에 처했던 포르투갈도 긴축재정안을 집행키로 하고 유로존의 구제금융지원을 받았으나, 그동안 정부의 긴축정책에 잘 따라주던 포르투갈 국민도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지난 토요일 리스폰에서 ‘임금? 복지 삭감하지 말라’며 대규모 긴축재정 반대 시위를 열었다.
포르투갈은 유로존로부터 지난 해 5월 780억유로(115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빚을 갚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광범위한 긴축조치들을 취해야만 했는데 현재 국민들의 반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구제금융 지원당시 국가 부채는 GDP의 107%정도였는데 전차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내년에는 118%에 달할 것으로 보여 구제금융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포르투갈의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악순환은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의 어느 지역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부채가 급증 하고 있는 이탈이아와 스페인 등도 포르투갈처럼 트로이카의 긴축안을 채택하더라고 처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경제가 지난해 예측치 보다 더 안 좋게 나왔다.
경제성장 없이 부채수준을 줄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낮은 수입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돈을 마련하기 힘들다. 이는 마치 급여는 줄인 상태에서 신용카드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터 가스파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비용 및 임금 삭감, 연금인하 및 세금 증액 등의 가혹한 조치를 통해 정부 재정적자를 줄여왔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의 상당수는 이러한 긴축정책 때문에 오히려 포르투갈의 경제가 전년대비 2011년 1.5%나 축소됐고, 올해는 3%까지 줄어들 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킬 세계연구소의 데이비드 벤섹 연구원은 “포르투갈의 부채는 단지 지속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며 “실물경제가 미래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부채를 갚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그리스와 달리 포르투갈 국민들은 폭력적인 시위를 일으키지 않고 그동안 정부의 긴축정책을 잘 따라와 줬지만 이제는 인내심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10만명 이상이 군중이 리스본 광장에 모여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평화시위를 벌였다. 국가 실업률이 13%대로 급상승한 것을 비판하며 ‘IMF 더 이상 긴축을 요구하지 말라’고 구호를 외쳤다. 포르투갈의 최대 노동조합은 추가적인 대규모 집회를 전역으로 확대할 것으로 결정한 상태다.
IMF는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부채를 줄일 수 있을 정도로 경제 충분히 성장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심지어 IMF조차도 최근경제동향에서 “만약 포르투갈의 성장이 예상보다 못하다면 국가부채는 더 이상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 유럽중앙은행 연구이사 출신인 가스파 장관은 “포르투갈의 부채는 관리 가능하며 부채를 줄일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올해 그는 정부연금을 12억-16억유로 삭감하고, 공공분야 근로자의 장기 보너스 지불을 삭감할 계획이다.
가스파 장관은 국재 재정적자 축소에 전념을 하고 있다. 2010년 9.1%대였던 재정 적자율이 지난해 5.6%대로 하락했고, 올해는 가스파 장관은 4.5%로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의 예측대로라면 포르투갈의 경제성장률은 오는 2014년 2%대로 성장할 것이며 부채도 비율대로 떨어질 것이다. 풀리지 않은 재난에 빠진 그리스와 달리 경제 개조의 모델로 포르투갈은 트로이카들로부터 환대받고 있다.
사실상 포르투갈은 모범적인 개혁 모델로 간주되면서 내년에 더 많은 자금을 수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르투갈 점차 GDP대비해 부채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트로이카에서 인정받은 모델이라도 부채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채위기 시작 전 36%대의 부채비율이던 스페인은 오는 2013년 84%로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이미 105%가 넘었던 이탈리아는 내년에 126%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는 거의 160%대로 가장 최악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지난해 4분기 7%나 감소했고, 지난 한해 전체로 6.8% 감소한 경제성장률 수치를 발표하기 전이다. 그리스 정부는 당초 6% 추락을 예상했다.
심지어 그리스가 받기로 예정된 구제금융을 다 받는다면 이는 총 200억유로를 넘어설 것이며, 이는 오는 2020년까지 부채비율이 120%대로 과중한 수치가 될 것이다. 이런 암울한 전망은 민간 채권단과 유럽중앙은행과 부채 탕감 협상을 진행한 것을 감안한 것이다.
만약 포르투갈과 다른 부채국가들이 저성장 혹은 경제 침체로 채권자들에게 지불 여력이 점차 어려움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또 다른 그리고 아마도 대규모로 부채탕감협상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
이는 1980년대 남미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면 되새겨 보면 알 수 있다. 명백한 것은 IMF의 가혹한 긴축재정 압력은 부채를 갚아야 할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가로 막는 다는 것은 명백하다는 게 들어났다.
찰스 위프로즈 국제경제학자는 “그리스,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와 같은 채무국가들의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기 전에 성장을 저해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때문에 포르투갈이 부채 때문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수밖에 없고, 이탈리아도 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가스파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다시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며 포르투갈 국가신용도에 영구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부채탕감 협상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란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지출재조정 프로그램 초기 단계에선 부채비율이 경제성장 고통으로 최고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극복을 하면 예산을 흑자로 되고 부채 지불 능력을 초과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리스나 포르투갈 모두 근본적으로 국가부채를 지지할 수 있는 터전이 없다고 보고 있다.
벤섹 경제학자의 전망치에 따르면 관리가 가능한 수준의 부채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선 포르투갈은 향후 몇 년 내에 GDP대비 10% 흑자를 기록해야 한다. 이는 포르투갈 재정당국에서 이미 지출 삼각 목표치 보다 훨씬 더 많은 긴축을 해야 가능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포르투갈 국민들은 정부가 나서서 부채탕감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스본 대학의 경제역사학자은 페드로 라인스 교수는 “부채재조정협상을 벌일 경우 일 년에 30억유로를 절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포르투갈 긴축재정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난해 정부운용 대학들에 대해 30% 임금 삭감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의 가족은 그동안 모아놓은 저축을 깨서 쓰고 있다.
그는 “이는 포르투갈 국민의 잘못이 아니다. 유로존의 잘못된 구조 때문”이라고 외쳤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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