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불편한 관계'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히라이 가즈오 소니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조우한다. 세계 최대 모바일 행사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2'에서다. 밀월관계에서 경쟁관계로 급변한 양사의 긴장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오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MWC 2012에서 히라이 가즈오 소니 신임 사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도 동석한다. 히라이 사장은 오는 4월 물러나는 하워드 스트링거 CEO의 후임으로, 이번 MWC를 통해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시작한다.
이 사장과 히라이 사장간 만남이 눈길을 끄는 것은 과거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다. 히라이 사장은 지난해 소니 TV 부문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삼성전자와의 합작법인 S-LCD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또한 3D TV용 디스플레이 공급처를 삼성전자에서 LG디스플레이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히라이 사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와의 거리두기를 주도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스마트폰 사업에 무게를 두면서 삼성전자와의 각을 세우고 있다. S-LCD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소니에릭슨 지분 50%를 매입해 소니 계열사로 만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콘텐츠와 게임 산업에 잔뼈가 굵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TV와 스마트폰 기반 콘텐츠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격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하워드 스트링거 CEO와는 각별한 사이이지만 히라이 사장과는 그다지 친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S-LCD 결별 때 몇차례 만난 인연 때문에 파트너라기보다는 경쟁자로서 인식했을 개연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파트너 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서먹서먹해졌을 것"이라며 "TV 부문에서는 거리가 멀어지고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만남 자체는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콘텐츠 부문의 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의례적인 만남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편, 히라이 사장은 올해 51세로 소니에서 콘텐츠와 게임 사업을 주도해왔다. 올해 44세인 이재용 사장보다 7살 위다. 이 사장이 게이오 대학교에서 공부한 반면 히라이 사장은 국제기독교대학교를 졸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