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주총 의결권 적극행사 지침 마련키로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박혜정 기자]350조를 굴리는 '큰 손' 국민연금이 주주권 강화 일환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본격 나선다. 국민연금이 전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건에 '중립' 의견을 내면서 '거수기' 비판이 팽배한 가운데 이번 논란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4일 국민연금은 오는 27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현행 의결권 행사 지침에 대한 문제점 보완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대한 찬반 목소리가 분분해 사회적 함의를 모아 올바른 주주권 행사 방향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며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 지침에 대한 부분적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전날 하이닉스반도체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중립' 의견을 냈고, 이에 일부 의결권행사전문위 위원이 '전형적인 대기업 봐주기'라며 사퇴하면서 촉발됐다. 나아가 법무법인 '율려'의 서정욱 변호사 등은 국민연금이 3월 주총에서 의결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않으면 임채민 복지부 장관과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서면서 강력한 주주권 행사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해왔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의결권 총 행사건수 대비 반대 의사를 낸 비율은 7%에 불과하다. 2008년 5.4%에서 2010년 8.1%까지 소폭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그 비율이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대한통운 임시주총에서 정관변경과 이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제외하면 '찬성 거수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국내 굴지 대기업과 금융기관에서 대주주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의결권 행사에는 적극 나서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적립금 350조원의 18%(62조원)를 591개 국내 상장사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지분이 5%가 넘는 곳만 174개사에 이른다. 지난 2009년 불과 84개에서 배 이상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9.35%), 하이닉스(9.15%), 제일모직(8.68%), KT(8.57%), 신한지주(7.34%), KB금융(6.86%), 포스코(6.81%) 등 7개사는 최대주주다. 지분이 9%대인 곳만 40여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보유총액도 각각 9조5768억원, 2조9024억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설경우 기업 활동에 대한 입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기업들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등에 부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미 지난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추천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현재 의결권 행사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관치'를 우려하는 시각이 공존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우선"이라며 "사회적 논의가 무르익으면 그 방향은 기업 가치 제고로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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