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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강은교 '아무도 몰래' 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35초 소요

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을 만지고 싶네/빛을 향하여 오르는 따뜻한 그 상승의 감촉/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의 문을 열어보고 싶네//문안에 피어 있을 붉은 볼 파르르 떠는 파초의 떨림/이런 날에는 아무도 몰래 그 떨림에 별똥별 하나 던져 넣고 싶네/닿을 듯 닿지 않는 그 추락의 별똥별을, 추락의 상승이라든가 추락의 불멸을(......)


■ '떨림'은 신비한 것이다. 무엇인가 진동이나 격한 움직임이 있었고 그것을 따라 반복적인 움직임이 미세하게 일어나는 현상. 그것은 어떤 움직임을 받아서 그것을 제 몸으로 번역해서 다시 내놓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없어도 떨리는 일이 있다.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에 충격을 받거나 감동을 받거나 겁을 집어먹으면 떨린다. 어떤 진앙(震央)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2차 진동이 아니라, 스스로가 발생시키는 떨림. 무섭고 서럽고 외롭고 춥고 힘겹고 슬프고 기쁘고 감동적이고 긴장되고 병약하여 힘이 없을 때도 몸은 떨린다. 마음을 번역한 몸의 동작. 세상에 떠는 일이 없었다면 겁쟁이도 없었을 것이며 고통과 추위와 외로움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떨림이 없었다면 작은 것들의 전율과 겨우 눈 뜬 존재들의 자잘한 떨림도 만나지 못했으리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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