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세금은요? "民을 위한 정책전환, 民이 걱정합니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자체장은 권력을 품은 정치인이다. 특히 서울시장의 권력은 막강하다. 시 본청과 시의회 사무처 그리고 직속 기관 등에 근무하는 1만6000여명의 공무원은 물론 SH공사 등 11개 산하기관을 관할한다. 연간 21조원에 달하는 예산은 물론 3000여개의 정책도 직접 조율한다.
현재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두 달여만에 1급 공무원들의 대부분을 낙마시키는 등 인사권을 행사하며 실감나게 권력을 누리고 있다. 전국 시ㆍ도 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도 지니고 있다. 배석하는 입장이지만 국무위원들보다 영향력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1000만명의 서울시민을 대표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의 수장이라는 위치에 선 이유에서다.
이렇다보니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박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안'으로 선택받은 만큼 성공적인 시정활동을 바라는 요구에서다.
'친절한, 착한, 온순한, 개방적인, 진취적인, 합리적인'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박 시장이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서울시장으로 남을 것인가. 적지않은 사람들은 시민운동에 몸담을 때의 박원순과, 서울시장으로서의 박원순을 분리해 생각하고 언행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치인이자 권력자로서 박 시장은 과거와 엄연히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어서다. 얄팍한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휘둘려 시기를 놓치면 천문학적인 시민의 세금을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수천억원이 들어간 서울시 뉴타운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주민과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아직은 박 시장의 과감한 시도에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박 시장 등장 초기부터 첫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과거의 서울시 정책을 모두 비판하며 후보로 나섰으며 긍정적 결과를 나았다는 것이다. 10ㆍ26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무상급식 확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시, 복지예산 확대 등 과거의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다. 취임 첫날부터 지하철로 출근하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등 파격 행보도 선보였다.
이중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시는 다른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폭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무상급식 확대 실시 역시 "시민이 시장이다"는 박 시장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는 서울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이에비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해진 예산을 갖고 운영해야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복지책이 시민세금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뉴타운, 재건축, 한강르네상스 등 일련의 개발정책 제동이 '구태 벗기'가 아닌 무조건적 반대라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이란 지적을 하고 있다.
이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매몰비용' 즉, 기존 정책을 뒤집어 시민들이 떠안게 될 부담이다. "뉴타운은 태생부터 잘못됐다"며 정비사업 조정안을 내놓은 뒤 서울시 주택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힐난 속에서도 많게는 수백억원씩 자금이 투입된 데다 개발 후 이익을 둘러싼 재산권 다툼마저 안고 있어서다. 서민을 위해 도시설계를 다시 하겠다는 좋은 취지가 "정직하게 세금내고 사는 대다수의 중산층을 되레 위협한다"는 지적에 직면해 있다.
변화를 위해선 새 옷을 입어야한다. 하지만 새 옷이 어울리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새 옷을 입을 때는 '계산서'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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