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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②]좁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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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②]좁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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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좁은 문/ 앙드레 지드 지음/ 김재천 옮김/ 소담출판사/4500원

'사랑하는 제롬!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네게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거다…너와 헤어진다는 게 내게는 해방이며 또 쓰디쓴 만족이다.'


'좁은 문'의 주인공 알리사가 남긴 일기의 한 부분이다. 여기에 앙드레 지드가 말하려 했던 모든 게 들어있다. 삶은 언제나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좁은 문'에 나오는 알리사와 제롬은 서로를 사랑한다. 제롬은 알리사와의 결혼을 원하지만 알리사는 거부한다. 신앙에 기반한 금욕주의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서다.


제롬 또한 그런 알리사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 온갖 쾌락을 떨쳐버리고 괴로움을 견디는 삶을 산다. 알리사는 끝내 행복을 포기하고 신앙에 빠져 살다가 병들어 죽는다.


지드는 '좁은 문'에 자신의 삶을 고백하듯 적었다. '좁은 문'의 배경과 줄거리 설정은 그의 실생활과 닮아있다.


지드는 어머니가 사망한 뒤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촌누이 마들렌과 결혼식을 올렸다. 지드와 마들렌은 '좁은 문'에서처럼 순결한 사랑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지드가 가진 동성애적 취미가 불화를 불러오기도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1938년 마들렌이 세상을 떠나면서 영원으로 남았다.


정신과 육체. 신앙과 사랑. 이들 양극단은 서로 어울리며 인간 세계를 만든다는 게 지드의 생각이다. 그가 '좁은 문'에서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 역시 이 대목에 머문다. 지드는 어쩌면 '좁은 문'에서처럼 사랑하고, '좁은 문'과 같은 작품을 쓸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모르겠다.


지드는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에서 이렇게 썼다. '상반되는 영향을 준 두 집안과 두 지방처럼 서로 다른 것은 없다. 난 작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직 작품을 통해서만 내 속에 대립하는 두 요소의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는 남프랑스 출신의 신교도인 아버지와 노르망디 출신의 구교도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시인 기질이 있는 몽상가였던 반면 어머니는 현실주의자였다. 인간에겐 모순 그 자체가 바로 삶이라고 말하는 지드를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책의 맨 앞장을 펴보니 '2003년 1월23일'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좁은 문'을 처음 펼쳐들었던 게 벌써 9년 전 일이라는 얘기다. 그 때 읽었던 '좁은 문'과 지금 읽는 '좁은 문'은 또 다를 것이다. 설레는 맘으로 책장을 넘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라는 첫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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