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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 본 유럽, 그 입에서 발효예찬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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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 본 유럽, 그 입에서 발효예찬 터졌다 ▲ '마드리드 퓨전'을 빛낸 셰프 5인.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임지호, 임정식, 상훈 드장브르, 선재스님, 이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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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세계화 현장을 가다<下> 발효음식 경연

[마드리드(스페인) = 고형광 기자] '2012 마드리드 퓨전'의 본 행사는 지난달 24~26일(현지시간) 사흘간 마드리드 학술회의장(Palacio Municipal de Congresos)에서 열렸다. 환영 만찬장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곳이다. 세계 음식 트렌드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공간이 바로 이 곳이다. 전 세계의 유명 셰프들이 솜씨를 경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흘 내내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올해 행사에선 한국 셰프들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드리드 퓨전' 사무국이 정한 올해의 주제는 '발효음식'. 발효음식이 발달한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만큼 우리나라 셰프들의 경연이 행사기간 내내 이어졌다.

그 만큼 한국으로서도 '2012 마드리드 퓨전' 행사는 특별했다. 만찬을 통해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행사 첫날 요리 경연의 포문은 '방랑 식객'으로 널리 알려진 임지호(56) 셰프가 열었다. 그는 2008년 람사르총회 메인 셰프로 활동했으며, 외교통상부장관 표창을 받은 실력파다. 어린 시절 한의학을 공부한 부친의 영향으로 음식이 곧 약이 된다는 '자연요리'를 추구한다. 본인이 국내서 운영하는 한식당 '산당'에서도 이같은 원칙은 적용된다.


임 셰프는 이날 '교감'이라는 주제로, 산과 들에서 채집한 나물을 주재료로 사용했다. 여기에 간장 된장 등 우리의 발효음식을 가미해 지층(地層)을 표현했다. 그는 "요리에 우리의 역사성과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시연이 끝나자 참석자들의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행사 관계자는 "보기 드문 광경"이라고 귀띔했다.


둘째날인 25일엔 임정식(34) 세프가 요리 경연에 나섰다. 그는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미국의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이다. 백악관 현재 메인 셰프도 CIA를 나왔다. 한식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는 떠오르는 별로, 한식과 양식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창의적으로 조화시켜 '뉴 코리안'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경연장에서 된장찌게를 선보였다. 물론 전통 된장이 아닌 서양식으로 개량된 된장을 사용해 된장 고유의 냄새를 줄였다. 임 셰프는 본인이 운영하는 뉴욕의 '정식당'에선 된장찌게가 인기 요리 중 하나라며, 한식 세계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맛 본 유럽, 그 입에서 발효예찬 터졌다 ▲ 상훈 드장브르가 '마드리드 퓨전'에 참석해 요리 경연을 펼치고 있다.


행사 마지막 날엔 분자요리의 대가(大家)로 불리는 상훈 드장브르(43)가 무대에 섰다. 분자요리는 과학에 근거한 요리(Science Basic Cooking)를 말한다. 벨기에에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유명 셰프다. 다섯 살 때 한국에서 벨기에로 입양됐다가 요리의 꿈을 키워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는 김치를 이용해 자신만의 새로운 발효 음식을 선보였다. 드장브르는 "유럽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없도록, 김치에 나만의 색깔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 첫날엔 스페인 출신 '미슐랭 3스타'인 조안로카와 장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행사장에서 요리 경연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이병우 셰프와 선재스님도 이번 '마드리드 퓨전'에서 한국 음식을 알린 인물들이다.


이병우(57) 셰프는 굵직한 국가 행사의 요리를 전담해 온 우리나라 대표 셰프다. 이번 '마드리드 퓨전' 환영만찬도 그의 손끝에서 빚어졌다. 2010년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만찬도 그가 진두지휘했다. 2001년부터 서울롯데호텔의 모든 레스토랑을 책임지고 있는 총주방장(이사)을 맡고 있다. 요리사로는 처음으로 석탑산업훈장을 받았고, 현직 특급호텔 주방장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조리명장에 선정됐다.


선재스님(56)은 행사장 1층 부스에서 전통 발효음식인 김치과 장아찌를 선보였다. 여성 불자인 선재스님은 사찰 음식의 대명사로 통한다. 1994년 간경화에 걸려 '1년 시한부' 통보를 받았으나 이후 모든 음식을 바꿔 건강을 되찾았다. 그를 치료했던 의사들이 지금은 그의 제자가 돼 있을 정도다. 음식을 만들때 어떠한 조미료·첨가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마드리드 퓨전' 사무국에서 한국을 주빈국으로 택하지 전, 그의 음식 맛을 보고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교육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4000명이 넘는다.


장맛 본 유럽, 그 입에서 발효예찬 터졌다 ▲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가운데)이 '마드리드 퓨전' 행사장에서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알리고 있는 '김치버스 프로젝트'단 학생들을 찾아 격려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곽범국 농식품부 식품산업국장, 오대성 스페인 대사, 조석범 군, 서 장관, 루르데스 플라나 벨리도 마드리드 퓨전 사무국장, 류시형 군, 김승민 군, 스페인 대사 부인.


'김치버스'의 활약도 빼 놓을 수 없다. 한국 대학생 3명이 지난해 11월 승합차를 개조한 캠핑카, 일명 '김치버스'를 타고 400일간 지구촌 5만km를 돌며 김치와 한식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대장정에 나섰다. 이들은 '마드리드 퓨전' 행사장 입구에서 김밥, 잡채, 김치전 등 한식을 방문객들에게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행사장에서 '김치버스 프로젝트'단을 만나 "한식세계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정이 놀랍다. 한식세계화의 앞 날이 밝다"고 격려하며, 금일봉을 전달하는 센스를 보였다. 금액은 확인하지 않았지만 대학생들의 얼굴은 환해졌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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