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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그날 '대한味국'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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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그날 '대한味국'을 발견했다 ▲ 지난달 24~26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세계적 요리행사인 '2012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이 열렸다. 이 행사의 환영만찬에는 한식을 주제로 한 8가지 코스 메뉴가 차례로 제공돼 참석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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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세계화 현장을 가다<上>
'마드리드 퓨전' 만찬
미슐랭 요리사 등 130여명 초대
잡채·신선로·비빔밥 선보이자
여기저기 "예술이다" 탄성

[마드리드(스페인) = 고형광 기자]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중심부에 위치한 호텔 '카지노 데 마드리드(Casino de Madrid)'. 설립된 지 180여년이 지난 이 건물은 그 역사만큼이나 외관도 고색창연하다. 1836년, 개관 당시엔 '카지노 바'로 이용됐다가 1990년 이후엔 해외 유명 브랜드의 론칭쇼, 각종 스포츠 홍보 행사 등 사교클럽의 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오후 8시 무렵 이 곳 1층 중앙홀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2012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의 만찬에 초대 받은 사람들이다. 세계 요리행사 중 하나인 '마드리드 퓨전'은 매년 주빈국(主賓國)을 선정해 행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 그 나라의 요리를 집중 소개하는데, 올해는 그 주인공이 바로 한국이다.

본 행사(24~26일)에 앞서 하루 전 열린 이날 만찬 자리에는 세계 각국의 1급 요리사, 외식업계 최고경영자(CEO), 요리 칼럼리스트 등 130여명이 초대됐다. 세계 최고 권위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하나 이상 등급을 받은 유명 식당의 '미슐랭 스타' 요리사들 30여명도 참석했다. 이들이 받은 별을 합치면 모두 50개에 이른다.


◆ 요리 전문가들, 한식 '극찬' = 만찬 시작 전 리셉션 자리에서부터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참석자들의 손에는 와인 대신 막걸리잔이 들려있었다. 김치롤과 은행, 김 부각 등 4종의 식전 카나페를 맛보면서 방문객들은 연신 "원더풀"을 연발했다. 여러 음식들을 번갈아 먹어보며 맛을 비교해보기도 했다. 30여 분 후, 만찬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참석자들이 만찬 자리에 앉자 한국을 알리는 홍보 영상물이 PDP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 주방에서 만들어진 요리가 참석자들의 테이블로 하나 둘 전해졌다.


이날 만찬의 주제는 '한식으로의 초대'. 인삼과 어란, 육회, 해삼말이 등을 한 그릇에 담은 9품 전채(前菜)를 시작으로 잡채, 궁중 해물 신선로, 비빔밥 등 8가지 코스 메뉴가 차례로 제공돼 참석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유럽은 그날 '대한味국'을 발견했다 ▲ 환영만찬에 초대된 한 참석자가 음식을 맛보기 전 자신의 태블릿PC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만찬은 농림수산식품부가 기획하고, 대한민국 조리명장인 이병우 롯데호텔 총주방장의 지휘 아래 한식당 '무궁화' 조리팀이 코스 메뉴를 준비했다. 이병우 총주방장은 "전채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한식을 코스요리로 구성, 거부감이 없도록 하되 한국적인 색채를 강조했다"며 "그릇에 담고 서빙하는 방식은 현대 유럽사람들에 맞췄지만, 한식 고유의 맛은 고스란히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기자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 참석자는 맛을 보기 전 음식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플래쉬를 터뜨렸다. 요리를 보는 눈빛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마치 프라도 박물관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러 온 듯한 풍경이었다. 음식 맛에 빠져 먹어치우기에 급급한 기자가 민망할 정도였다. 일본에서 요리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모토히로(44)씨는 "한국을 여러차례 방문해 한국 음식에 어느정도 익숙하지만, 오늘 요리는 좀 더 특별한 것 같다"며 "가장 먼저 나왔던 요리(9품 전채)는 색의 조화가 휼륭했다. 예술이다"고 극찬했다.


헤드 테이블에 앉은 올리아트 스페인 왕립음식교육원 원장은 요리가 나오면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한 후 메모장에 일일이 점수를 매겼다. 올리아트 원장은 "한국 요리는 설명할 수 없는 섬세함이 있다"며 "일본의 스시와는 또 다르다"고 평가했다.


만찬 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1인용 신선로가 테이블에 놓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화통이 달린 냄비에 직접 끓여먹는 방식이 신기한 듯 참석자들 대부분 신선로의 위아래를 꼼꼼히 훑어보며 맛을 음미했다. 잡채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미슐랭 2스타인 스페인 요리사 끼께 다꼬스따는 "조리 방법을 배워 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한식 세계화' 밑거름 계기 = 오후 11시30분 만찬이 마무리 돼 가자 유럽 11개국 25개 도시의 우수 한식당을 소개한 가이드북 '한국 레스토랑 가이드 2012, 유럽'이 참석자들에게 제공됐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유럽지역에서 한식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현지인들의 한식체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한 책이다. 총 5권으로 구성된 이 책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책을 더 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랐다.


유럽은 그날 '대한味국'을 발견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만찬 코스메뉴로 제공된 9품 전채(前菜), 잡채, 비빔밥, 신선로.


미슐랭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천재 요리사' 루이스 아두시스는 "한국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가 탄생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이날 맛본 요리를 높이 평가했다. 아두시스는 "이 행사에 매번 참석하고 있지만, 만찬은 물론 스태프들까지 자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꼼꼼함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행사 도우미들을 가르켰다. 방문객들의 의전과 통역을 도왔던 행사 도우미들이 한복과 함께 청사초롱을 들고 행사장을 누볐던 것. 그는 만찬장을 빠져나가면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만찬장에는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축사를 해 내빈객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서 장관은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자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함께 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유럽에서 음식으로 한류열풍을 일으키도록 한식을 널리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은 또한 '마드리드 퓨전' 사무국장(루르데스 플라나 벨리도)을 '명예한식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한식을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 마드리드 퓨전 = 전 세계 스타 요리사들과 외식업계 CEO들이 참여해 새로운 음식 트랜드를 논하는 일종의 '요리 서밋(Summit)'으로 2002년 첫 시작됐다. 매년 주빈국을 선정해 그 나라 음식과 문화를 집중 소개한다. 멕시코(2006년), 일본(2007년), 중국(2008년), 호주(2010년), 싱가포르(2011년) 등이 초대됐다. 일반인들 보다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행사여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요리 업계에서는 손꼽히는 행사 중 하나다. 이 행사에서 식재료와 조리법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 요리의 철학, 음식 비즈니스의 방향을 공유한다. 매년 140여개 국가의 정상급 셰프, 세계 유명 요리학교 교장 및 원장, 식품ㆍ외식업계 CEO 등 1000여명이 참석한다. 세계 요리계의 트랜드가 이 행사를 통해 전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력이 큰 행사다. 400유로(약 60만원)라는 적지 않은 참가비를 내고 행사장을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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