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화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한화의 상장폐지실시심사가 이뤄진 5일 한화그룹 본사 사옥은 하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일요일임에도 IR·법무·홍보팀 등 관련 부서 임직원이 아침 일찍 출근, 이번 사태 관련 대응방안 등을 준비하느라 부산했다.
한화는 한국거래소가 이날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지정에서 제외키로 결정하자 마자 투명경영 재고 방안을 발표했다. 내부거래위원회 운영 강화 및 준법지원제도 운영, 이사회 부의사항 확대 등 관리감독 기능 강화, 감사위원회 기능 강화 ,엄격한 공시 관리 등이 투명경영 핵심 재고 방안이다. 남영선 ㈜한화 대표는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투명한 기업경영을 실천해 주주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가치가 증진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직원 상당수는 사상 초유인 '상장폐지'라는 이번 사건에 허탈해하는 모습이었다. ㈜한화의 ‘상장폐지실질검사 대상 검토’ 자체가 재계 10위권 그룹으로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룹 한 관계자는 "올해 60주년을 맞아 태양광 등 그룹의 신성장동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미지가 실추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빠른 상장폐지실질검사 대상 제외 발표 자체가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김 회장 선고공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한화의 횡령 및 배임 사실 공시와 관련 상장폐지 실질심사대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6일부터 한화 주식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소는 이 후 4~5일 긴급 회의를 열고 한화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여부 논의를 마쳤다.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통상적으로 2주 정도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인 셈이다. 그룹 다른 관계자는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거래소에 관련 자료를 신속히 제출했고 거래소도 주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가 대기업 특혜로 확대돼 선고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걱정스럽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한화의 상장폐지실시심사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여론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움직임도 있다. 그룹 관계자는 "㈜한화의 상장폐지실시심사와 김회장의 재판은 별개"라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일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해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선고는 2월 23일 오후 2시 이뤄진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