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 PUNK > Mnet 목 밤 9시 / 12시
김옥빈과 록 스타들이 만나 프로젝트 밴드를 꾸리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쇼 < OK PUNK >는 ‘미친 밴드 록 스피릿’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프로그램이 그간 취해 온 태도는 슬로건과는 달리 다소 방어적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대립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멤버들과 달리, 제작진은 자꾸 자막과 내레이션을 동원해 갈등의 이유를 설명하며 멤버들 대신 변명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물론 밴드가 처음인 김옥빈도, 리얼리티 쇼가 처음인 록 스타들도 모두 세간의 구설로부터 보호하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어느 밴드든 응당 겪을 법한 갈등의 순간조차 ‘여배우’ 김옥빈과 ‘거친 로커들’의 세계관 차이로 설명하려는 순간, 쇼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멤버들은 ‘여배우’와 ‘로커’라는 뻔한 스테레오 타입 안에 갇혔다. 적어도 6회 전까지는 그랬다.
밴드 OK PUNK가 <엠카운트다운>에 데뷔하는 과정을 담은 6회에서, 제작진이 하고픈 말을 대신 해주던 내레이션은 ‘지난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으로 역할이 대폭 축소되었다. 그렇게 제작진이 한 발 물러서자 비로소 밴드 OK PUNK가 보이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은 내레이션이나 자막의 개입 없이 멤버 각자의 멘트로 충분히 설명되었고, 제작진이 섭외해 온 스타일리스트 대신 멤버 각자에게 의상을 조율할 기회를 주자 각자가 생각하는 밴드 색깔은 어떤 건지도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제작진이 정말 ‘미친 밴드 록 스피릿’을 쇼에 담고 싶다면, 이렇게 조금은 몸을 덜 사릴 필요가 있다. 그러니 드러머 김슬옹의 다음과 같은 조언은 김옥빈뿐 아니라 제작진도 함께 곱씹어 들어도 좋을 것이다. “좀 사렸지? 질러 질러. 어제가 좋았어. 질러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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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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