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신도시 빛과 그림자 ③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판교가 다시 뜨겁다. 아파트 입주에 이어 첨단기업 이전이 불러온 열기다. 경부고속도로 판교 IC를 지나 분당 방향으로 나가다보면 거대한 빌딩숲이 나타난다. 빌딩 사이 타워크레인의 역동적인 모습은 겨울 한파를 무색케 한다. 바로 동판교 중심의 신분당선 판교역과 인접한 '판교테크노밸리'다. 현재 테크노밸리는 조성률 60% 수준으로 올해 말 사업이 모두 완료된다. 이에 맞춰 판교테크노밸리로 정보산업(IT), 바이오산업(BT), 문화산업(CT) 등 첨단기업들의 이전 행렬이 러시를 이룬다. 분당, 일산 등 제1기 신도시에서 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 분당 등 1기의 미약한 자족성=판교테크노밸리는 제2기 신도시의 상징적인 자족기능이다. 1기 신도시 분당에도 자족기능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분당과 일산에 한국가스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통신, 직업훈련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기관은 물론 외교단지, 종합전시장 등의 자족기능 일부가 적용되기는 했다. 업무시설용지는 도시계획상 ▲ 분당신도시 3.7%, ▲ 일산신도시 5%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수치일 뿐이다.
지난 90년대 후반 경제 위기 이후 분당, 일산 등의 업무시설 용지는 대거 주상복합용지로 바뀌어 헐값에 할인 처분됐다. 토지시장 침체, 기업들의 외면으로 업무기능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투자비용 회수가 지연된 때문이었다. 이에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자족기능은 당초 계획보다 크게 후퇴했으며 지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반면 테크노밸리는 총 66만㎡ 규모로 판교 전체면적의 7%를 넘어서며 에듀파크 등 연구 기능 목적의 다른 업무시설 용지를 포함하면 판교의 자족성은 10%를 상회한다. 바로 1기 신도시들과 다른 점이다.
◇ 판교 첨단기업 이전 러시=시행자인 LH 관계자는 "업무용지 처분은 결과적으로 업무 기능 도입 등 자족성이 약화돼 침상도시(Bed town) 이라는 오명을 남겼다"며 "이에 비해 판교테크로벨리는 첨단기업의 이전 러시로 자족성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교신도시 개발이 확정된 2003년엔 IT산업 붐으로 서울 테헤란로의 업무시설이 구로공단 등 서울 외곽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배경은 판교가 주거 분산과 자족기능 확대라는 두개의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줬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테크노밸리로 기업 본사나 R&D 시설을 이전한 기업(준비중인 기업 포함)은 30여개가 넘어선다. 이전기업으로는 안철수연구소를 비롯, SK케미칼, SK 텔레시스, 이노밸리, LIG넥스원, 시공테크 등 유수한 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분당신도시에서도 이전하는 기업들이 많다. 차병원, NHN, 네오위즈, 다산네트웍스, 솔브레인 등이 그들이다. 여기서 접적효과를 노린 관련 중소기업들도 오피스 임대에 적극적인 양상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3㎡ 당 보증금 450만원, 월 임대료 4만5000원 수준으로 테헤란로보다 1만원 가량 비싼 편이다.
◇ 동탄 2신도시도 자족성 확보 심혈=올해 중반부터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동탄2신도시의 자족성은 판교보다 더 뛰어나다. 동탄2신도시의 자족기반인 화성동탄 일반산업단지는 현재 입주 준비중인 기업들의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동탄산업단지는 지난해 12월 공급을 시작해 현재 101개 기업을 유치한 상태다.
197만㎡ 규모의 동탄산업단지는 광역비즈니스콤플랙스(150만㎡), 테크노밸리(143만㎡) 등과 연계되는게 특징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화성ㆍ기흥 반도체 공장 등 세계적인 첨단산업단지 및 지구내 테헤란로 수준의 업무시설단지(273만㎡), 기존 1신도시의 3M , Vatech, 2신도시에 존치된 볼보 코리아, 오토리브코리아 등과도 어울려 첨단산업도시로 자리잡게 된다.
교통여건도 크게 개선된다.기존의 경부ㆍ용인-서울고속도로 외에 제2외곽순환도로ㆍ제2경부고속도로ㆍKTX, GTX 등 신교통수단도 들어선다. KTX의 경우 오는 2014년 개통 예정이다. 제2경부고속도로의 경우 토지이용계획 및 보상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오는 2016년 동탄2신도시 건설 시기에 맞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동탄 2신도시는 총 면적 24㎢, 분당신도시 1.8배로 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 2기 신도시, 자족성 확보=미래에셋 계열사인 '부동산114'는 지난 2001년 벤처붐을 타고 태어난 부동산 정보업체다. 부동산114는 당초 테헤란로에서 구로 디지털밸리를 거쳐 지난해 말 이곳으로 이전했다. 테헤란 벤처기업의 변천, IT산업의 중심축 이동을 따라 움직여온 기업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테헤란로에서의 장점은 기업 인지도 제고, 입지 등에서 우수한 편이라면 구로 이전은 IT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이 유리한 조건이었다"면서 "그럼에도 판교로 다시 옮겨온 데는 연구기능과 기업의 연계성, 교통 입지, 주변 환경, 집적 효과 등이 테헤란로나 구로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센터장은 또 "판교로 사무실을 옮기는 중소 규모의 첨단기업 이전도 크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리적, 환경적 여건에 첨단산업 집적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기업들의 이전이 가속화된다는 설명이다. 대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연구기능이 더해져 판교는 새로운 첨단산업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기 신도시 반성론의 핵심은 고밀도 개발과 자족기능 부족이었다.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보다) 진일보해 여러 한계가 크게 극복됐다. 실례로 2기 신도시 대표격인 동탄 2신도시의 경우 첨단자족형 복합도시로 건설, 자족성을 높이고 광역교통망체계를 재정비해 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인 교통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계획했다. 55개의 학교를 건립해 교육문제로 서울로의 역류를 차단하는데도 주력했다. 동탄2신도시는 IT기술의 접목, 저밀도 개발, 교통인프라 확충, 자족성 확대, 교육 중심 육성 등으로 서울로의 인구 유입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다."
박상우 국토해양부 주택도시실장의 설명이다. 박실장은 또 "판교의 경우 광역거점기능인 벤처업무단지는 물론 정보기술관련 학교 및 대학원, 연구소 등의 교육집적시설단지(에듀파크), 각종 연구 및 연구지원을 위한 별도의 연구시설단지 43만3000㎡를 적용해 기능을 대폭 확대한 것이 주목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2기 신도시가 자족성 확보를 위한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의 학습효과가 바로 판교테크노밸리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1기가 단순히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한 반면 2기 신도시는 제각기 특성에 맞는 첨단 산업 기능 이라는 컨셉트를 잘 적용해가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아직 평가가 이른 부분이 많지만 우리의 도시 개발기법은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크게 향상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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